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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볼음도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오형단씨. 2021.10.18 /오형단씨 제공

환경파괴에 따른 기후변화 위기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사람들은 농업이나 어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오롯이 땅과 바다, 날씨 등 자연환경에 기대 사는 농민이나 어민들은 이런 변화와 징후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인천 강화군 볼음도에서 20년 넘게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업을 고수하고 있는 오형단(61)씨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인 땅을 더럽히지 않고 그대로 돌려줄 책무가 농부들에게는 있다고 말한다.

20년이상 농약 안쓰는 농사 고수
친환경 쌀 사주는 단체·기관 큰힘
민통선 생태관광 안내사 활동도


오씨는 "2000년대 초 미국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친환경 농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런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감으로 친환경 농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 당시 볼음도 농가 중 72%가 넘게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했지만 이제는 고작 3가구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기존 관행농에 비해 수확은 절반으로 줄고 반면 일손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탓에 친환경 농업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오씨의 설명이다.

오씨는 "상황이 쉽지는 않지만 볼음도 친환경 쌀을 사주는 단체나 기관 등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땅이 숨 쉴 수 있도록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고 밭농사를 지을 때도 비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씨는 민통선 지역으로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볼음도의 생태관광안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씨는 "볼음도 해역은 한강과 예성강이 흘러들어와 모래 퇴적이 활발한 지역"이라며 "갯벌에 모래 성분이 많아 백합 조개 산지로도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모래가 많이 유실돼 백합을 보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덕적군도 일원에서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가 이뤄지면서 강화 볼음도 해역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런 게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씨는 "우리 후세들에게 물려줄 땅을 곱게 쓰고 돌려줘야 한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환경을 파괴하면 결국 우리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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