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숯불쭈꾸미

'주꾸미를 철판에'.

맛있다고 소문난 주꾸미 전문점은 한 번씩 찾아가 본 '해산물 애호가'였지만 주꾸미에 숯불은 생경한 조합이었다. 낯설지만 실패는 없을 조합이라는 확신을 안고 들어섰다. 대왕주꾸미 숯불구이를 맛볼 수 있는 용인 기흥역 '명일숯불쭈꾸미'로.

메인인 양념주꾸미부터 주꾸미삼겹살, 가이바시(관자), 곰장어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두부김치, 어묵탕, 소시지전 등 밑반찬에 마요네즈, 기름장, 장어장 3종 소스가 식탁을 채웠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양념주꾸미와 가이바시(관자) 세트. 버터를 바른 핑크빛 관자를 두어 번 뒤집어주면 우윳빛으로 바뀌는데, 이때 먹으면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관자를 맛볼 수 있다.

 

관자 더해 소스 곁들이면 '성공한 조합'
원조집서 양념비법 전수… 라면도 별미


관자를 반 정도 먹으면 양념주꾸미가 나온다. "진짜 크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언뜻 보면 주꾸미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였다. 수산시장에 나가도 구하기 어려운 대왕주꾸미는 작은 문어와 크기가 비슷하다.

육즙이 빠지지 않게 통으로 구운 주꾸미를 숯불에 요리조리 돌려가며 불향을 입힌다. 익은 주꾸미를 젓가락으로 누르니 탱글탱글한 탄력이 느껴졌다.

여기에 마늘소스, 고소한 마요네즈 소스가 쫄깃한 주꾸미 맛을 배가시켜준다. 쫀득한 주꾸미 구이에 촉촉한 관자를 올리고 마늘소스, 마요네즈 소스를 찍어 입에 넣으니 젓가락질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쭈꾸미
명일숯불쭈꾸미의 주꾸미라면. 2021.10.24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사이드 메뉴 역시 별미다. 특히 대왕주꾸미를 통으로 넣은 '주꾸미라면'은 해산물 특유의 시원함과 라면의 얼큰함이 더해졌다.

명일숯불쭈꾸미는 3년 전 문을 열었다. 사장 배연선(37)씨는 숯불주꾸미의 원조인 서울 명일동에서 양념 비법을 전수받아 발전시켰다.

배씨가 각별하게 신경 쓰는 건 신선도와 식감. 번거롭지만 주꾸미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냉장고에 주꾸미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큰 주꾸미가 식감이 좋다는 손님들이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더 큰 주꾸미를 고르고 또 골랐다.

이야기를 하던 중 계산을 하러 온 한 손님이 "너무 맛있어요"라고 말하자 배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장의 정성만큼이나 손님의 만족도 높은 명일숯불쭈꾸미는 매일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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