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의 아픔을 달래고 이들과 함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유동수(60) 이북5도위원회 인천시 사무소장은 지난 14~15일 인천시와 통일부가 진행한 '강화 망향배' 시범 운항 행사에 실향민과 동행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유 소장은 12년째 이북도민과 북한 이탈 주민 등 실향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인천 강화군 석포리에서 교동대교 인근까지 운항한 강화 망향배 행사에서 인천 지역 실향민들을 인솔했다. 망향배는 실향민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황해도가 보이는 강화 해역에서 운항했고, 선상에서는 공연과 강연도 진행됐다.
유 소장은 "어르신들이 먼발치에서나마 고향 땅을 바라보면서 마음 한편에 있는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며 "언젠가는 실향민들이 그리워하던 고향 땅을 방문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시-통일부 '강화 망향배' 동행
부모님들 황해도 연백 살다 피란와
집계 안된 실향민 1천여명 발굴도
실향민 2세인 유 소장은 눈앞에 북녘땅을 두고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황해도 연백에 살다가 한국전쟁 당시 급하게 피란 온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4형제 중 막내였던 유 소장의 아버지는 홀로 남쪽으로 내려온 뒤 분단 이후 이태원 목재소와 만석부두 일대에서 일했다고 한다.
유 소장은 "아버지는 바쁜 삶 속에서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때를 자주 말씀하셨다"며 "초등학교에 다닐 땐 부모님 손을 잡고 서울의 한 산에서 열린 망향제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진행한 이북도민·북한 이탈 주민 가족 결연식을 4년 만에 개최하기도 했다. 결연식을 통해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실향민 20명이 새로운 가족이 됐다.
지난해에는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지역 실향민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서 그동안 집계되지 않았던 실향민 1천여 명을 추가 발굴·조사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실향민 수가 줄어드는 게 아쉬운데, 아직 이들에 대해 조사가 부족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며 "현재 실향민 통계는 추정 수치에 불과하고, 실제 숫자는 몇 배가 더 많다"고 했다.
유 소장은 이 외에도 이북도민 고향의 날과 망향제 등을 진행하고, 실향민을 위한 다양한 복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유 소장은 "앞으로는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의 뿌리를 찾는 활동에 더욱 앞장서려고 한다"며 "1세대 실향민이 남긴 기억을 그들의 후손에게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