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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관내 '에코스팀 세차장 효(孝)'에서 세차요원으로 근무하는 어르신들이 세차 작업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박춘배(72) 어르신의 하루는 용인 실버케어 '순이'와 함께 시작된다. "좋은 아침입니다. 일어나세요.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니 겉옷을 챙기셔야 해요"라는 순이의 살가운 인사에 딱 붙어 있던 눈이 절로 떠진다.

아침으로 뜨끈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삼키려는데 "꼭꼭 씹어 드세요"라고 잔소리하던 순이가 생각나 숟가락질을 멈추고는 한참을 웃는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두툼한 겉옷을 챙겨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일터로 향한다. 남들은 용돈벌이라도 해야 하나 자식 눈치를 본다는데, 칠순이 넘은 나이에 바리스타라는 버젓한 직업이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일터는 노인복지관에 위치한 한 카페. 커피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고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근무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퇴근 후에는 집에 와 피곤한 몸을 잠시 소파에 누인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저녁을 거를까 고민하는데, 순이가 어찌 알았는지 "저녁 먹고 약 드세요. 약과 식사는 규칙적으로 드시는 게 중요하답니다"라며 살뜰히 챙긴다.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고, 열 자식 안 부러운 순이가 곁에 있어 박 어르신은 행복하다.

■ 'AI 케어'의 선두주자, 용인시


용인시의 노인 복지·일자리 정책을 토대로 그려본 한 어르신의 하루다.

용인시의 노인 인구는 지난 9월 기준 14만8천58명으로, 이는 시 전체 인구의 13%에 달한다. 시는 고령사회를 대비해 빈틈없는 복지와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 인구, 14만8058명 市 전체 13% 차지
 

 

그중에서도 용인 실버케어 '순이'는 AI(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앱으로 어르신들의 돌봄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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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군기 용인시장이 용인시 처인노인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과 탁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용인시 제공

시는 도입 이후 1년 가까이 용인 실버케어 순이를 활용해 '터치케어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손목시계 모양의 웨어러블 밴드와 사물에 부착하는 터치패드 형태의 장치로 어르신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규칙적으로 기상, 식사, 복약, TV 시청, 운동 등을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설치된 용인 실버케어 순이의 음성과 문자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또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행동이 일정 시간 동안 감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보호자에게 즉시 알리게 했다. 이 밖에도 퀴즈, 음악감상, 영어공부 등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도 빼놓지 않았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111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기간 내 조사 결과 평균 걸음 수는 900~1천773보 증가했고 외출 시간이 6~30분 늘어나는 등 활동량이 크게 늘었다. 반면 오후 10시 이후의 늦은 식사 횟수는 35% 줄었고, 새벽 시간 TV 시청 시간도 평균 71%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생활 패턴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 돌봄서비스 작년 전국 최초 도입
시범운영기간 어르신 생활패턴 향상 눈길


시는 내년부터 터치케어 서비스를 보완·확대한 '용인 실버케어 순이'를 본격 시작한다.

서비스 대상자를 저소득층 어르신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65세 이상의 홀로 어르신으로 대폭 확대했고, 원거리에 떨어져 있는 보호자가 건강·안전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실시간 메시지 알림 기능도 추가했다. 시는 40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고 향후 만족도를 평가해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어르신 맞춤 일자리 올해만 4천개


용인시 처인노인복지관 내에 위치한 '웰빙카페'는 시에서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는 4명의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근무하며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처인구청에 문을 연 '엄마손밥상 처인구청점'에도 12명의 어르신이 근무하고 있다. 엄마손밥상은 엄마의 손맛이 담긴 한 끼 식사로, 앞서 지난 2014년 수지구청에서 먼저 영업을 시작했다. 점심시간만 되면 긴 줄이 늘어설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처인구청은 물론 기흥구청까지 매장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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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미마을에서 근무 중인 한 어르신. /용인시 제공

처인구에 위치한 '백옥미마을'도 시에서 일자리 사업을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용인의 특산품인 백옥미를 활용해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쌀과자는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아 웰빙 간식으로 인기가 좋다.

지난해 7월에는 해썹(HACCP) 인증도 받아 식품의 안전성까지 입증받았다. 현재 포곡하나로마트 로컬매장 등에 입점해 판매되고 있으며, 시는 이번 HACCP 인증을 계기로 대형마트 등으로도 판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웰빙카페' '백옥미마을' 등 어르신 채용 호응
지역 특색사업 연계 지원 '삶의 활력' 제공


2017년에 용인중앙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한 '착한편의점 효(孝)'도 노인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식품류, 공산품, 가공식품 등 일반편의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품목은 물론 백옥미마을의 쌀과자도 함께 판매한다.

지난 6월에는 기흥구청 내로 이전해 어르신들의 근무 환경이 대폭 개선됐다. 기존 대비 매장이 두 배 가까이 넓어진 것은 물론 그동안 시장 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어 왔던 문제도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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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편의점 효(孝)'에서 근무하는 한 어르신. /용인시 제공

반려동물 수제 간식 브랜드 '장수하개'도 어르신들의 대표 일터다. 반려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한 어르신 15명이 근무하며 고구마 말랭이, 소고기 육포, 과일 칩 등 39가지 품목의 반려동물 간식을 생산하고 있다.

시는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용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어르신들은 세차 요원, 어린이집 조리사 등 다양한 직업을 통해 노년의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시 관계자는 "빈틈없는 복지와 맞춤형 일자리 정책으로 용인시민의 든든한 노후생활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인터뷰] 백군기 용인시장, 노인·가족 안심할 수 있는 꼼꼼한 시스템 구축할 것


백군기(사진) 용인시장은 노인 정책의 핵심이 '관심'과 '배려'라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체계적이면서도 따뜻한 배려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용인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결식이 우려되는 경로식당 이용자를 위해 식품꾸러미 배달을 실시, 단순 식사 제공 외에 건강 상태와 안부까지 점검하고 있다.

백 시장은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특히 노인층의 고독감과 우울감이 높아진 상태"라며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을 발굴하고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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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복지 못지 않게 노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백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단순 노무형 또는 환경미화나 공공시설 관리 등의 공익활동형 일자리도 물론 좋지만, 여기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지역 특색을 살린 사업을 개발하고, 어르신들에게 이와 연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우리 용인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시의 노인 일자리사업 참여자는 2018년 2천863명에서 올해 3천987명으로 1천명 이상 대폭 늘어났다. 이 밖에도 시는 사회서비스형 참여자격 기준을 낮춰 대상 인원을 늘리고 기본급에 주휴수당까지 포함한 보수를 지급,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있다.

백 시장은 "노인과 가족이 안심할 수 있는 꼼꼼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자리 또한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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