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오른다. 결승선에 다다를수록 양팔과 허벅지에 고통이 쌓인다. 경기정(보트) 무게에 자신과 동료의 체중을 얹고 강물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조정(漕艇, rowing)이다.
수원 수성고 조정부는 전통의 강호다. 1973년 창단해 반세기 가까이 존속하며 국가대표 조정 선수를 다수 배출한 내력 있는 운동부다.
경북 포항시 형산강에서 열린 올해 제102회 전국종합체육대회(전국체전) 남고부 경기에선 노메달에 그쳤지만 올해 마지막 대회인 제63회 전국조정선수권대회 남고부에선 무타페어 은메달과 쿼드러플 스컬 동메달을 수확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자랑스러운 메달 획득의 주인공은 4명이다. 2학년 신동민과 박태규는 무타페어와 쿼드러플 스컬에서 각각 메달 1개씩 총 2개를 따냈고 1학년 이성현과 박우빈은 2학년 형들과 쿼드러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타페어는 선수 2명이 한 조로 한 선수가 한 개의 노를 두 손으로 잡고 젓는 경기다. 쿼드러플 스컬은 선수 4명이 13.4m 길이 무게 52㎏ 경기정에 올라타 한 손에 노 하나씩 두 개의 노를 젓는 경기다.
1973년 창단 내년 '리빌딩의 해'로
전국선수권 은·동메달 수확 '강팀'
조정은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물길은 경기장 구간만큼 임시 보를 설치해 조수간만의 차를 없애기 때문에 노 젓기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맞바람이라도 불 땐 선수들의 몸이 저항을 일으켜 항해를 어렵게 한다. 자연과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스포츠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표현이다.
나홀로 배를 타는 싱글스컬을 제외하곤 동료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정 경기를 보면 구령을 붙이고 방향을 잡는 길잡이 '콕스'를 두고 8명이 노를 젓는 '에이트' 경기가 특히 그렇다. 협동심과 포기를 모르는 근성이 조정에 담겨있다.
수성고 조정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종대(46·수성고 37회 졸업) 코치가 조정부 선수 지도를 맡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박 코치는 국제대회 출전 경험을 바탕으로 살뜰히 후배들을 챙겼다.
박 코치는 "조정은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조정에 눈을 뜨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를 기다리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해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국대 활약한 박종대 코치 지도 맡아
내년 신입생 없어 4명 남게 되지만
정예 선수 집중… 학교도 지원 의지
아쉽게도 수성고 조정부는 2022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했다. 3학년 주장 정상윤과 김우진이 올해 졸업하고 나면 조정부는 4명이 남는다. 다음 해를 정예 선수들에 대한 집중 지도로 '조정부 재건, 리빌딩의 해'로 삼겠다는 게 수성고의 청사진이다.
나경록 수성고 교장은 "자랑스럽고 훌륭한 조정부 학생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훈련에 충실히 임해준 덕분에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따왔다"며 "내년에도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