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웅 감독
지난달 29일 인천 미추홀구 '창작실험실 수봉정류장'에서 만난 임기웅 감독. 2021.10.29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에서 환경과 구도심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임기웅(40) 감독은 최근 '쓰레기'가 있는 현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있다.

지저분한 광경을 생생히 드러내야 한다는 임 감독의 구상은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을 카메라에 담을 때 더욱 분명해졌다고 한다.

임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폭증하는 일회용품이 선별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폭포수처럼 흐르고, 기계에 빨려 들어가듯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노인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쓰레기 문제를 약자가 떠안다 보니 우리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재활용품 선별은 노인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안고, 서울·경기 쓰레기는 인천 수도권쓰레기매립지로 간다"며 "쓰레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을 '문명의 끝에서'라고 지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이 제작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문명의 끝에서'는 내년 하반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를 통해 상영될 예정이다. 


환경·구도심 소재 꾸준히 제작
"선별장 노인·외국인 모습 충격"
내년 '문명의 끝에서' 상영 준비


임 감독은 인천 동구 배다리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의 압력에 구도심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숨은 지혜 찾기'로 올해 서울환경영화제 경쟁작,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작, 인디다큐페스티벌 봄 프로젝트 선정작 등에 진출했다.

2011년 임 감독은 섬을 제외한 인천 연안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자연적 해안선인 송도국제도시 갯벌을 담은 다큐멘터리 '고잔갯벌'을 제작한 이후 10년째 인천의 환경 생태를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서구의 유일한 유인도인 '세어도'를 비롯해 인천 섬 영상도 계속해서 찍었다. 임 감독이 환경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멀리 있지 않았다.

임 감독은 "원래 환경 감수성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인천에서 활동하면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친밀해지고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나 또한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영향력을 영상을 통해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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