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청소년교향악단의 제36회 정기공연 '별처럼 빛나는 너희들'이 열린 지난 3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층 객석. 청중은 코로나19로 인해 허락된 좌석 400석(정원의 3분의1)을 가득 채웠다.
청중 앞에서 김용호(44) 인천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는 인사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북받치는 감정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나서야 공연을 이끌었다.
연주회 후 김 지휘자는 "얼마 만에 선 무대인지, 지난 2년 가까이 크고 작은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연주 순간은 정말 속 시원하게 울고만 싶은 마음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인천청소년교향악단은 1985년 창단했다. 30여 년 전 초등학생 시절 그는 한 명의 단원이었지만 지금은 포디엄에 서서 단원들을 이끌고 있다. 지휘를 공부한 후 부지휘자로 활동해오다 2012년부터는 그가 교향악단을 전적으로 맡았다.
지역에서 청소년 대상 클래식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님에도 그가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고향 인천에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코로나로 40~50명 단원 현재 8명뿐
연습도 힘든 시기 거리공연 등 노력
유일 정규학교 인천예고 애정 당부
어려운 여건을 참고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지난해까지 40~50명에 이르던 단원들이 현재는 8명뿐일 정도다. 공연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연습조차 하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김 지휘자는 "상황은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뭇거리며 주저할 수는 없었다"며 "지난해 5~6월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앰프와 바이올린을 챙겨 들고 송도신도시와 부평지역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공원이나 야외무대에서 찾아가는 연주를 하기도 했고, 야외활동이 힘든 시기에도 매주 제 연습실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작은 클래식 공연을 라이브로 선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클래식 음악 인재를 양성하는 지역에 하나뿐인 정규 학교 '인천예고'를 사랑해달라며 만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올해 정기공연에 인천예고 재학생들을 주요 협연자와 객원 연주자로 세운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김 지휘자는 "계속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학생들이 인천에서 음악을 배우고 자라고 또 공연 활동도 마음껏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