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도 직장인이고,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 직원들은 말 그대로 '번아웃'이 됐다.
방역업무에 밀려 퇴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그만두는 사례가 급증하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가정과 부모의 역할을 포기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화성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 10년차 간호직 공무원인 방은미 주무관은 "코로나19 이후 휴직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며 "진료소 현장을 지키는 직원들은 빈집에 아이들만 두고 나온 게 걱정돼 집에 CCTV를 설치하고 근무 중 쉬는 시간마다 CCTV 화면을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풍경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세 아이의 엄마였던 동료 직원은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초등생 형제의 부주의로 불이 난 사건을 보고, 그 일이 내 아이들의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결국 휴직을 선택했다"고 씁쓸해했다.
방역 최전선 밀려드는 업무 '번아웃'
동료가 내 일 떠안는 구조 그만 못둬
영웅 칭송 병원 의료진과 인식 차이
인력충원 시급·치료 프로그램 병행도
이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자신이 그만두면 옆자리 동료가 내 일을 떠안는다는 책임감까지 짊어져야 해 그저 버틸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동료가 내 일 떠안는 구조 그만 못둬
영웅 칭송 병원 의료진과 인식 차이
인력충원 시급·치료 프로그램 병행도
또 코로나 영웅으로 칭송받는 병원의 의료진에 비해 보건소 직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인식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도 돌아오는 답이 없다. 방 주무관은 "주민을 지키는 공무원이라는 책임감 하나로 근 2년을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도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은 이들 보건소 공무원들의 피로감을 극대화한다. 자칫 확진자가 다시 급증할 경우 방역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화성시 보건소 송경수 보건정책팀장은 "현재 보건소는 도 산하기관에서 파견된 직원과 기간제 근로자, 외부 용역 등 인력을 지원받고 있으나, 증원된 인력보다 확진자 증가에 따른 업무량이 훨씬 더 많아 인력 충원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며 "지난 여름에도 근무 중 과호흡으로 직원이 쓰러지고, 우울증 등을 앓는 직원들이 늘어나 보건소 직원의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아직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의회 제356회 정례회 2차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보건 인력의 과도한 업무로 인력 충원이 필요해 보인다"며 "심신 안정을 위한 대책도 준비하겠다. 정부와 논의해 수당 등도 개선되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신현정·명종원·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