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 나흘째 되던 지난 4일, 화성시 보건소 2층의 구내식당을 찾았다. 여느 구내식당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식탁이 사라진 자리에 사무용 책상이 놓였고 책상 위에는 모니터와 전화기, 키보드만 잔뜩 올려졌다. 마스크를 쓴 직원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에 한창이었다. 식당 안쪽, 10평(약 33㎡)도 채 되지 않는 회의실은 검사 결과가 '양성'인 확진자를 일일이 확인하며 번호를 부여했다. '화성시 0000번 확진자'.
"김민정(가명)씨 맞으시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셨어요. 역학조사를 위해 몇 가지 여쭤볼게요."
이날 경기도 확진자 873명 중 화성시 확진자는 37명. 확진자 번호가 부여되면, 보건소 2층 운동실에 모인 직원들이 기초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김씨처럼 확진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구내식당에 모니터·전화기 잔뜩
확진 역학조사·접촉자 분류 분주
1800여명 자가격리 13명이 '관리'
작년 간호공무원 휴·사직자 '최다'
2년 가까이 희생… '삶' 잃어버려
확진 역학조사·접촉자 분류 분주
1800여명 자가격리 13명이 '관리'
작년 간호공무원 휴·사직자 '최다'
2년 가까이 희생… '삶' 잃어버려
그 시각, 지하 1층 '강당'에서는 김씨의 동선을 추적한다. 확진자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부터 회사 출근 여부 등 밀접접촉자 등을 분류하기 위한 역학조사 자료를 모으는 데 정신이 없다.
조사 내용은 곧이어 보건소 1층 '역학조사관'에 전달되고, 밀접접촉자와 자가격리 대상자, 능·수동감시자 등을 나눈다. 1명의 확진으로 나누어진 접촉자들에게 2층 '심층역학반'이 전화를 걸어 역학조사 결과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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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공무원이 하는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날 기준 화성시 보건소가 처리하는 자가격리자는 1천829명, 능동감시 613명인데, 이들의 증상 및 이탈 유무 등을 확인하는 1층 '모니터링방' 인원은 13명뿐이다. 관내 누적 확진자 6천여명을 관리하는 DB반, 24시간 내내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1차 역학조사반도 있다.
이렇게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는데 보건소 순수 인력은 74명에 불과하다. 지자체와 산하기관 등의 지원으로 파견인력을 받고 있지만 겨우 버티는 수준이다. 세상은 위드 코로나로 들떴는데, 보건소는 위드 코로나가 무섭다. 확진자가 늘어날 것도 무섭지만 위드 코로나를 명목으로 인력지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우리는 증상이 의심되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으면 가장 먼저 연락하는 곳이 '보건소'다. 말 그대로 방역 최전선에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당연시된 희생은 2년 가까이 계속됐다.
화성시 보건소도 내년에 382명의 추가 인력을 요청했지만 현실화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휴·사직자는 198명이다. 역대 가장 많은 수다. 올해도 5월 기준 113명의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휴직하거나, 사직을 결정했다. 코로나는 보건소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공무원은 당연히 해야할 일' 스트레스… "책임감 하나로 버텨")
/신현정·고건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