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의 커튼을 젖히고 따뜻하고 환한 곳을 갈 수 있는 우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40년 전 성정문화재단은 그렇게 탄생했다. 해외 문호 개방은 물론 문화가 척박했던 시기, 세상을 밝게 하고 행복함을 나눌 수 있는 산소 같은 것이 필요했다.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마음껏 꿈꿀 수 있는 터전을 만들 수 있는 씨앗, 그것은 문화단체였다.
"단지 꿈을 꾼 것이다. 꿈이 없었다면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김정자 성정문화재단 이사장은 재단을 통해 문화예술의 토양을 다지며 음악으로 문화의 꽃을 피워냈다. 40년이 된 지금에서야 "이제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에 온 것 같다"고 한 김 이사장은 "이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에서도 대한민국의 문화와 음악을 위해 기여하는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많은 문화예술의 결실로 이어진 역사
성정문화재단은 1981년 난파소년소녀합창단을 창단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다른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었고, 1년 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속해있는 LA 국립 목회자 협회의 초청을 받아 49명의 어린이를 이끌고 해외 초청연주를 다녀왔다. 어쩌면 무모할 수도 있었던 도전이었지만, 김 이사장은 용기를 냈다. 아이들의 꿈을 함께 하며, 수많은 해외 공연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문화사절단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척박한 시기 어린이합창단 첫단추 10년후엔 '성정음악콩쿠르'
다음 세대에서도 대한민국 문화와 음악 기여하는 디딤돌 역할
입상한 학생들 실력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두각 '보상'과도 같아
캐슬린 김·김우경·김기훈 등 한자리 모여 기념음악회 '뜻깊은 무대'
그중에서도 국외 교포를 위한 위문공연이 많았는데 '고향의 봄'을 부르면 어르신들이 눈물을 훔쳤고, 아이들에게 용돈도 쥐어 주었다. 김 이사장은 "실수도 있었지만 보람을 느꼈고, 서로를 위로하며 감사도 했다"며 "합창단이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각국에서 예상치 못한 환대를 받기도 했다"고 떠올렸다.다음 세대에서도 대한민국 문화와 음악 기여하는 디딤돌 역할
입상한 학생들 실력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두각 '보상'과도 같아
캐슬린 김·김우경·김기훈 등 한자리 모여 기념음악회 '뜻깊은 무대'

합창단으로 시작한 성정문화재단은 10년 후 '성정음악콩쿠르'를 통해 본격적인 음악 인재 육성에 나섰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력을 키워서 한국을 대표하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세계 속 한국을 빛낸 음악인을 기리는 '성정예술인상', 대한민국 문화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선 후원기업에 대한 공적을 기리는 '성정후원문화상', 성정 후원회원들을 위한 사은 음악회로 기획된 '성정 콘서트' 등 수많은 문화예술의 결실로 이어졌다.
김 이사장은 "1980년대 초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막 싹이 돋아서 올라갈 때라 문화로서는 지극히 척박했을 때였는데, 무슨 용기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꿈만 꿔서는 되는 게 아니다. 목표를 뚜렷하게 잡고, 도전했을 때 인내력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웃어 보였다.
사회의 열매가 될 음악 인재 양성
물론 지금까지 재단을 운영하며 쉬운 것은 없었다. 김 이사장은 "매 순간 숨차게 달려왔는데, 지금쯤 뒤돌아보면 소신도 좋고 꿈도 좋았지만, 힘든 과정이 앞에 있다는 것을 예측했다면 과연 그때 시작할 용기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어떤 고비가 왔을 때 포기하거나, 뒤돌아섰다면 40년이란 세월을 견고히 쌓아온 지금의 성정문화재단은 없었을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고,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가야 했던 이유는 이것이 한 사람의 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며 "앞에 가는 사람이 주저앉으면 관계되는 모든 사람의 희망과 꿈도 깨진다는 것이 의미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정콩쿠르에 입상한 학생들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도자들이 그 학생의 실력을 남다르게 인정해주고 있다는 점, 그 학생들이 해외 유수 콩쿠르에 나가서 상을 받고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 등은 김 이사장에게 하나의 보상과도 같았다.
문화와 음악, 재단의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강조한 김 이사장은 "음악 인재를 기르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작은 씨앗을 만드는 것"이라며 "변함없이 꾸준히 차곡차곡 쌓다 보면 모든 사회의 열매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재능은 있지만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 인재들이 더 많다"면서 "불가능은 없으니 초심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꾸준히 정진해달라"고 당부했다.
40주년 맞은 '아름다운 동행'
올해 40주년을 맞아 성정문화재단은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음악회 '아름다운 동행'을 선보인다. 지휘자 정치용과 수원시립교향악단이 함께하는 이번 음악회에는 메트 오페라의 자랑인 소프라노 캐슬린 김,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을 사로잡은 테너 김우경, BBC 카디프 콩쿠르 최초 한국인 우승자인 바리톤 김기훈, 카잘스 국제 콩쿠르 동양인 최초 우승자 첼리스트 문태국, 유로아시아 이탈리아 스트링스 콩쿠르 1위 바이올리니스트 서유민, 프라하 국제 콩쿠르 2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이재영 등이 참여한다.
모두 성정콩쿠르를 통해 배출된 인재이자 성정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있는 음악가들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여줄 하모니는 지난 40년간의 성정문화재단의 역사와 현재, 앞으로의 미래까지도 가늠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음악회의 이름인 '아름다운 동행'에 대한 김 이사장의 생각은 또 하나 있다. 김 이사장은 "미래의 삶에서 문화가 없다면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시대로 갈 것"이라며 "문화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와 음악이 인류와 아름다운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의 인재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기 위해 동참하는 마음과 후원이 아름다운 동행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또 앞으로도 성정문화재단이 순수 음악문화단체로서 역사를 이어가고,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단체로 기억되길 바랐다.
글/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사진/성정문화재단 제공·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김정자 이사장은?
▲1981 난파소년소녀합창단 창단▲1989 제32회 소파상 수상▲1991 난파(현 성정)청소년교향악단 창단▲1992 제1회 난파 전국성악콩쿠르 개최(현 성정·매년)▲1999 재단법인 성정문화재단 설립▲2001 성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2011 한국공연예술 경영대상 수상▲2020 제4회 서울대 AIP 공공부문 대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