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이재준 고양시장이 아시아 도시 중 유일하게 초청돼 개막식 기조연설을 했다. 같은 날 오후 세션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고양시의 그간 성과와 향후 목표'라는 주제로 고양시 온실가스 감축 정책들을 소개했다.
고양시의 이 같은 개가는 시가 그동안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확보 정책, 자연환경 보존 정책 등 다양한 노력의 결과가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국제기구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보조금·충전 인프라·전기버스 전환 확대
시민햇빛발전소 내년 4기 추가 총 11기로
탄소중립이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을 포함한 온실가스의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기존 화석연료에 기반한 시스템을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기술을 사용하는 동시에, 탄소흡수저장기술과 탄소흡수원까지 대폭 확대해 나간다면 순배출량 '0'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이다.

시는 주요 탄소배출원인 교통시설, 건물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대폭 확대해 전년도 대비 44% 많아진 1천114대의 전기자동차 구매 지원 예산을 세웠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적극 확충해 관내에 1천466기를 보유, 현재 차량 1대당 충전기 구축 대수는 0.54기이다.
지난 2020년 '전기버스 5개년 전환계획'을 수립해 2024년까지 경유버스와 노후화된 마을버스 330대를 전기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시는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충을 위해 현재 가동 중인 시민햇빛발전소 7기에 내년까지 4기를 추가해 총 11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민간주택·공공주택 등이 혼재돼 있는 구역에 2종 이상의 신재생 에너지원을 설치하는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보만큼 나무를 심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녹지면적이 증가할수록 자연적으로 흡수되는 온실가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양에는 연간 7천490t의 탄소를 흡수하는 대규모 탄소흡수원인 장항습지가 있다. 11년간의 노력 끝에 올해 5월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탄소흡수원 '장항습지' 람사르 등록 쾌거
국내 첫 '나무권리선언문' 선포 공존 모색
'녹색건축' 설계기준·지원 조례안 제정 등
지난 2019년에는 국내 최초로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녹색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고양 나무권리선언문'을 선포했다. 이 선언문을 시작으로 가로수 2열 식재 의무화, 하천 푸른숲길 2㎞ 조성, 고양시민 105만그루 희망심기 등 다양한 친환경 녹지정책을 수립했다.

또한 건축물의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적 기준을 제시하는 '녹색건축 설계기준'을 수립하고, '녹색건축물 조성지원 조례'개정을 통해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녹색건축물 전환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조례로 제정하고 시행하는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경제적 비용이 수반되다 보니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지역 내 갈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올해 초 킨텍스 지원시설 C4부지 매각을 30년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수많은 이익집단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시민 실천연대' 1만5천명 참여 갈등 완화
이러한 지역 내 갈등을 완화하고 연대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해 시민단체 242개, 7천여 명이 연대해 구성한 '탄소중립 시민 실천연대'는 현재 참여인원이 1만5천여 명까지 증가했다.
또한 온·오프라인으로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강의와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기후환경학교' 개설, 고양환경영화제, 고양도시포럼 개최 등을 통해 시민인식 전환에 매진하고 있다.
시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시민과 기업, 시민단체 등 여러 집단을 원만하게 중재하며 세계 대도시들을 선도하는 저탄소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고양시 친환경 도시 모델이 이끄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결말이 기대된다.
이재준 고양시장을 만나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고양시의 그간 성과와 향후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례발표를 했다. 국가대표가 아닌 도시대표로 참가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도시별 지역 특성과 산업구조가 다양해 획일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국가단위가 아닌 기후행동의 주체인 도시 단위 해법을 도출하고자 하는 플랫폼인 UGIH(유엔 글로벌 이노베이션 허브)를 마련했다.
고양시라는 도시의 특성을 세세히 이해하고 이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했다. 이 점을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로부터 인정받았다 생각한다."
-다른 도시와 차별화를 둔 고양시만의 탄소중립 정책이 있다면.
"고양시는 온실가스 대부분이 산업시설보다는 교통시설과 건물에서 배출된다는 특성을 가진다. 차량과 건물에서 이용하는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차 구매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충전소를 최대한 많이 구축해 전기차 구매를 유도하고, 관내 노선버스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등 도심 내 전기차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또 관련 조례 제·개정을 통해 신축 및 기존 건물들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녹색건축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좋은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는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일 것 같은데.
"탄소중립 기조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기존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방식을 택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큰 손해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 자체만 보고 소비하기보다는 상품과 기업에 담긴 가치를 소비한다. 기업들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인 ESG경영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고양시도 지난 201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도시주택공사(GH), 고양도시관리공사(GYS) 간 '녹색건축 공동선언'을 공포하고 2020년에는 LH와 '탄소저감 청정단지 조성'업무협약을 체결해 모든 공공임대주택단지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의무적용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려운 목표가 아닌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50%를 감축해야만 2050년까지 설정해놓은 온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리는 지난 2018년 배출량 대비 40% 목표를 이제야 세웠다. 9년밖에 남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목표를 타협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탄소중립과 관련, 고양시민들에게 당부 말씀이 있다면.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본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는 변화된 기후가 가져온 거대한 장벽에 매 순간 직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믿고 탄소중립에 동참해주셨으면 한다."
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