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바라보는 만학도가 학문의 최고 전문가에게 주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와 미추홀구 학익동 등지에서 두부 요리 전문점 '삼대째 손두부'를 운영하는 김종대(69) 대표 이야기다.
그는 올해 8월 인하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내로라하는 '공부의 고수'들도 중도 포기하기 일쑤라는 박사 과정을, 그것도 고령에다 생계까지 꾸리며 밟아 나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김 대표에게 들어봤다.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가게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학기 중 저보다 나이 어린 동기 몇 명이 공부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자퇴하는 걸 보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며 "멀쩡한 이가 스트레스로 깨질 정도로 지친 몸을 끌고, 죽어도 학위를 받고 죽겠다는 각오로 주경야독해서 오늘의 결실을 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인천 연수·미추홀구 등 음식점 운영
인하대 일반대학원서 경영학 취득
대학서 특강 맡아 학생 가르치기도
"못 배운 한(恨)이 컸다"는 그는 50대 나이에 남인천고등학교에 진학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인천의 만학도들이 모인다는 남인천고에서 학생회장도 했다. 이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박사 과정까지 갈 생각은 없었지만 나이 든 사람도 도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젊은이들이 교재를 한 번 읽을 때 세 번 읽었고, 수업에 들어가기 전 이전 강의 메모를 달달 외운 것이 나만의 공부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외식 사업가이자 경영학 박사로 대학에서 특강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IMF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인천과 부천, 서울 등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사업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지 20년째다.
그는 "나의 사업 경험과 학문 배경이 후학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자문해주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두 딸이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주고 집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방을 꾸며주기도 했다"며 "뒤늦게 공부한 남편을 뒷바라지해준 아내와 두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