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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곰 탈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사육 곰 관리 방안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곰 탈출로 논란이 된 농장주가 법정 구속된 뒤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여주 점동면 사육곰 농장.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용인 곰 농장에서 벌어진 곰 탈출 사건(11월23일자 7면 보도=용인 농장서 '곰' 또 탈출… "소극 행정이 사고 불렀다")을 계기로 '사육 곰 관리 방안'도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확인된 곰 사육 농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 운영되고 있었다.

23일 찾은 여주시 점동면의 한 사육곰 농장은 곰이 탈출한 용인 곰 농장과 동일한 인물이 운영하는 곳이다. 해당 농장주는 지난달 법정 구속됐고, 용인과 마찬가지로 여주 곰 농장 역시 방치돼왔다. 농장을 관리하는 건 한강유역환경청과 야생생물관리협회다.

 

차량 소음탓 숙면 불가·불편한 환경… 79마리 비정기적 먹이 관리 그쳐
불법증식 몰수시설 2024년 오픈 "대책 필요… 개 식용과 달리 소극적" 지적


야생생물관리협회는 농장을 방문해 곰에게 먹이를 주는 임무를 맡았다. 이날 찾은 농장은 플라스틱 패널로 만들어진 가건물이었다. 창고형 농장에는 햇빛이 들 수 있는 창은 물론 구멍이 없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됐다. 건물 자체도 오랜 기간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건물 지붕에서 먼지가 흩날렸다.

특히 문제는 사육장 위치다. 도로와 맞닿은 사육장에 차들이 오가는 소음이 들려 곰이 깊게 잠들 수 없는 환경이었다.

특히 내부 촬영 사진을 확인한 결과, 철제 사육장이 바닥에서 떠 있는 상태의 '뜬장'으로 돼 있었다. '뜬장'으로 만들어진 사육장에서는 아래로 떨어지는 배설물을 처리하긴 용이할지 몰라도 동물이 편하게 쉬지 못한다.



한달 간 곰을 돌봤다는 협회 관계자는 "사육장이 도로와 맞닿아 있어서 곰들이 겨울잠을 못 잔다. 곰 79마리가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동물권 단체들은 신속한 곰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전국에 남겨진 360마리 곰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올해 초 불법 증식 개체를 몰수해 돌보는 구례 생크추어리 건립 예산이 통과됐지만 2024년에야 보호시설이 문을 여는 만큼 그 전에 발견되는 불법 증식 개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개 식용' 금지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 것과 달리 유독 사육 곰 대책 마련엔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동물권 보호단체 스나이퍼 소속 박성수 활동가는 "개와 달리 곰은 생소한 동물"이라며 "국민들의 불안 요소가 큰 동물이어서 이번에도 '탈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