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인간의 노동을 생존을 위한 활동이라고 말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동권'은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성남시가 전국 최초로 제정한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는 그런 의미에서 헌법 정신에 맞닿아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노동자 등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짜고 있던 시기인 지난 1월1일 제정됐다는 점에서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시행 1년이 돼가는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는 이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일하는 사람을 위한 도시 성남'을 지향하는 시 정책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시민들의 호응 속에 구체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조례는 '일하는 시민'을 노동관계법에 따른 노동자를 비롯해 고용상의 지위 또는 계약 형태에 상관없이 특고·플랫폼 노동자, 1인 영세 자영업자 등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규정했다. 조례는 노동취약계층인 이들의 노동권 보호·산업재해 예방·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과 관련한 사업을 시행하도록 했다.
전국 최초 조례… 첫 사업 시행 추진
특고·예술인 보험료 지원 가입률 높여
시는 이런 조례의 첫 사업으로 산재·상해보험, 유급병가 등 3종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산재보험료 지원'은 100% 사업주 책임인 직장인 산재보험료와는 달리 본인이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특고 및 예술인, 영세사업자의 산재보험료를 지원해 산재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일하다 다쳤을 때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1차로 116건을 신청받아 83건에 대해 지원했고,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2차 신청에는 800여 건이 접수됐다.
'유급병가'는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특고 노동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아프면 치료받고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휴가를 연 최대 13일까지 유급(일 8만4천원) 지원하며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도 아플 때 쉴 권리 보장
플랫폼노동자 상해보험 이달 시행키로
공공근로 등 1만9664명 일자리 확보
시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이 35.1%에 불과하고 정규직과의 격차가 날로 늘고 있는 환경에서 성남시 유급병가는 연차휴가, 병가, 출산휴가 등 일하는 시민의 기본적 휴가권 보장과 전국적 상병수당 도입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플랫폼노동자 상해보험 지원은 이달 중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이 같은 조례 외에도 올해 공공근로, 지역공동체, 특화된 전문 일자리, 신중년 경력활용 등을 통해 1만9천664명의 일자리를 확보했다. 또 264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내 최고인 9천578명의 노인일자리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청년·여성을 위해 성남벤처펀드 3천억원을 조성하고 여성비전센터를 운영하며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노동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함께 모든 시민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이동노동자쉼터·노동안전지킴이 운영, 필수노동자 보호대책, 노동교육 등 다양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일하는 사람을 위한 도시 성남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 은수미 성남시장, "학계가 '노동헌장'이라 조례를 평가… 작은 물결 다른 곳에 퍼졌으면 바람"
상위법 충돌 등 제정과정 쉽지 않아
코로나 위기 취약계층 보호 '한마음'
'일상회복' 지방정부 즉각대응 요긴
"사각지대의 노동자는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을 갖지 못한 채 재난위기를 겪으며 소득과 고용이 줄어드는 생계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고통을 겪고 있다. 위기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정작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딜레마를 방역의 최일선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너무나 느낄 수 있었다. 이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역공동체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는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를 추진·제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전국 최초였던 만큼 방향, 범위, 상위법과의 충돌 등에서부터 '지자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등 반대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은 시장은 "일단 데이터가 매우 부족했다. 우선 노동사각지대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노동통계를 분석하고 노동정책 분야별 포럼을 개최하면서 노동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지방정부가 조례로 할 수 있는 노동의 영역을 대부분 검토했다. 노동자에서 일하는 시민으로의 대상 확대, 시민권 노동권 민주주의 원칙, 일터의 범위, 노동정책, 좋은 일자리, 노동기금 등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으로 조항을 마련했고 제정과정에서 국회토론회, 시의회 설명회, 노동자 간담회, 정부와의 조율 등 동의 과정을 두루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의 위기를 겪으며 더욱 어려움에 처한 노동 취약계층을 적극 보호하려는 같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일하는 시민이라는 용어를 통해 일하는 모든 분들이 인권을 존중받아야 하는 시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받으며 차별 없이 일할 권리,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 적정한 임금 소득과 휴식의 권리 등을 명시해 금지된 행위 중심이 아닌 인권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동의를 이루었다"고 덧붙였다.
은 시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방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이 훨씬 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필수적이고 요긴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조례를 근거로 지방정부가 새롭게 나타나는 대부분의 현상에 빠르게 대처하고 새로운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들을 빈틈없이 준비하고 밀도있게 진행하게 됐다. 그 가운데서도 사회안전망 구축 지원사업을 3종으로 마련해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동 취약계층을 강력하게 보호하게 되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짚었다.
조례에 따라 성남에 거주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예술인·영세사업주들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산재보험을, 플랫폼 노동자는 상해보험을 지원받는다.
은 시장은 "노동학계가 조례를 '노동헌장'이라고 부를만하다고 평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남시가 대한민국에 작은 물결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정부와 다른 지자체로 그 물결이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례에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조항도 있다. 고용기회, 소득 불평등 해소, 적정 노동시간, 고용안정, 직업훈련 등이 충족되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취약계층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외에도 보다 많은, 보다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