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동에서 108동까지 거리가 10m도 안 되는데, 108동은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12일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미영아파트에서 만난 전모(54)씨는 국방부의 군공항 소음 피해 보상 기준에 분통을 터트렸다.
107동과 108동의 간격은 불과 12걸음. 군용기가 지날 때면 단지 내 주민 모두가 같은 소음 피해에 노출되지만 이 아파트단지 내 108동~110동, 3개 동만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방부가 그린 소음지도의 소음등고선(85웨클)에 걸쳐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씨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살며 소음으로 고통받았는데, 공평해 보이지도 않는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다는 이유로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토로했다.
세류동 '미영아파트' 입주민 분통
똑같이 고통받는데 3개동만 제외
앞서 국방부는 지난 10월15일 소음등고선을 적용해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군용비행장 소음지역 조회시스템'을 개설했다.
소음 지역 주민에 해당되면 내년부터 현금보상이 주어지지만 소음등고선을 조금이라도 벗어난 이웃주민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피해 보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한 주민들은 국방부의 소음피해 기준을 '졸속행정의 결과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5살배기 자녀를 둔 이모(38)씨는 "군용기 소음이 방 안에까지 울려 퍼져 아이가 낮잠을 잘 수 없어 괴로워한다"며 "아이의 건강을 위해 이사를 고민할 만큼 소음 피해가 크지만 엉터리 기준으로 보상도 못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요양병원 간호사인 홍모(32)씨 역시 "새벽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도 소음으로 편히 잠들지 못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홍씨는 특히 한미연합훈련 등 군용기 비행이 잦은 기간이 되면 저녁까지 훈련이 계속돼 온종일 소음에 시달린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홍씨는 "지난 8월 한미연합 훈련을 한다고 아침부터 밤까지 군용기 비행 소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귀가 찢어질 듯한 고통까지 받았다"면서 "그런데도 국방부는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주민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국방부 '등고선' 벗어났다는 이유
"졸속행정 엉터리 기준" 거센 비판
그러나 국방부는 '소음등고선 대로 보상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장 기준을 완화하거나 개선하면 재정도 많이 들지만 그 사이 주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등고선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국방부가 내놓은 보상기준 '소음 등고선'이 되레 불만 키웠다)
/김연태·고건기자 kyt@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