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만을 폭증시킨 군용 비행기 소음 피해 보상 논란의 중심에는 '소음 등고선'이 있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군공항 등의 군소음 피해 보상을 위해 소음지도를 마련했다. 이 지도는 보상의 기준이 되는 85웨클 이상의 소음 피해 지역을 소음 등고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등고선에 포함되거나 조금이라도 걸친 건축물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법이 정한 보상금을 지불하지만 등고선을 벗어난 건물은 보상범위에서 제외시키는 방식이다. 수십년간 군공항 소음에 시달려 온 하나의 아파트 단지라도 이 등고선에 따라 A동은 보상받고, B동은 보상에서 제외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주민 박모(50)씨는 "이들 아파트의 동 간은 10m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소음 정도가 다르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맞지않다"면서 "기준이 너무 불합리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방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 5월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경계지역에서 사람이 느끼는) 소음 차이가 없는데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사람의 청각으로는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내년부터 보상·예산 884억원 확보
85웨클이상 지역 등고선으로 설정
선에서 벗어난 건물은 '보상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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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비행단 소음등고선. /김동필 기자 phiil@kyeongin.com
 

주민 불만 확산 사태가 이미 예견됐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원·화성지역 군공항 소음피해 주민들은 국방부 등이 지난달 4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연 주민설명회에서 군용기 마다의 고도나 비행 방식 등에 따른 차이가 등고선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국방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아 주민 불만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은 국방부가 개설한 '군용비행장 소음 지역 조회 사이트'에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사이트에는 5천500개 이상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데, 특히 소음 재측정을 요구하는 민원만도 400여 건을 넘어서고 있다. 오산 비행장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씨의 경우 민원 글에서 소음지도에 그려진 소음 등고선이 불공정하다며 재측정을 요구했다.

국방부도 "청각으로 차이 못 느껴"
정치권 "차이 없다면 모두 보상"


이에 지역 정치권은 불합리한 소음 등고선 기준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조명자 수원시의원은 "국방부가 내년 3월 심의위를 구성해 다시 검토한다고는 하는데, 지역색을 제대로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군공항 근처에서 살아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현장감도 함께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원 측은 "소음피해와 관련해 청각의 차이가 없다면 모두 보상해주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소음피해 지역 주민들이 보상에서 최대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기준을 개선하는데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는 내년 보상을 위해 현재 884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10전투비행단이 있는 수원·화성지역 피해 주민 7만4천여명의 보상비 195억원가량이 포함된 수치다.

/김연태·김동필기자 kyt@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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