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법무사
한평생 모아온 20억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한 김동명 법무사는 "나누는 기쁨만큼 큰 행복이 없다"고 말했다. 2021.12.2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나누는 기쁨만큼 큰 행복이 없습니다."

경기도에서 60여 년간 법무사로 활동 중인 김동명(90)씨는 '베푸는 일'은 일생의 큰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김 법무사는 일평생 모아온 20억원 상당을 지난 10월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현금 3억원과 1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내놓은 것인데, 이는 '김재철AI대학원 발전기금'으로 인공지능(AI) 연구와 개발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카이스트 기부는 '과학 기술이 한국의 미래'라는 그의 확신이 계기가 됐다. 김 법무사는 "1980년대부터 미래학문이 될 만한 것들을 공부했다"며 "기술 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던 중 과학 인재가 모인 카이스트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보도를 통해 카이스트에 기부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았고 그런 곳에는 이유가 있겠다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현직 법무사인 김씨는 자필 편지와 함께 사인 증여 서류를 직접 카이스트에 보냈다. 사인 증여는 사후에 곧바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증여자가 생전에 미리 작성하는 일종의 계약이다.

그는 "기부 서면을 우편으로 부쳤는데 한 달 넘도록 카이스트에서 답이 없었다"며 "회신을 손꼽아 기다리던 중 카이스트에서 연락이 왔고 기부 의사를 재차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서 60여년간 법무사로 활동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사용될 예정
공익 헌신 법무사협회 감사패 받기도


그는 공익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법무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김 법무사는 일전에도 크고 작은 기부를 이어왔다. 그의 고향은 도시 개발로 자취를 감춘 충남 연기군 금남면 반공리다. 그는 이미 이곳에서 '기부 천사'로 유명했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어요. 밤길이 어둡다는 말에 신호등 개선 사업을 도왔어요. 시계탑도 설치했고요. 이웃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덩달아 웃음 지어지더라고요."

끝으로 그는 과학 기술 발전은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평생 법조계에 몸담아온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권이 무시되어서는 안 돼요. 사람의 존귀함은 이루 말할 수 없거든요. 제가 지금껏 법조계에서 활동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