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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공인중개사 및 주택관리업체 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7일 평택시 팽성읍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복장을 한채 "미군 측 영업 지침서약서는 불공정한 노예계약서"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12.7 /평택공인중개사 및 주택관리업체 연합회 제공


평택 미군기지 측 영업지침서약서가 '노예계약'이라며 기지 주변 공인중개사들이 크게 반발(12월16일자 1면 보도=평택기지 공인중개사 지침 "미군 주둔 타 국가엔 없는 노예계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 측이 최근 기지 주변 공인중개사 제한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하지만 영업지침서약서와 관련한 미군 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어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6일 미군 주택과가 슈퍼 갑질을 일삼고 있다며 반발해 온 평택공인중개사 및 주택관리업체연합회(회장·이시열, 이하 연합회) 회원들에 따르면 회원들은 지난 23일 미군 측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 내용은 미군 주택과(하우징 오피스)에 등록된 기지 주변 73개 중개업체를 40개로 줄이려 한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것.

"'노예계약'인 영업지침서 입장 변화 없어… 사과·책임자 문책"
미군측 '창문 10㎝ 규정' 국내법 위반 또다른 분쟁·갈등 도화선

앞서 지난 10월 초 미군 주택과는 경쟁력을 높인다며 기지 주변 공인중개업체 제한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연합회는 "30개 중개업체와는 인터뷰 등을 진행한 반면, 43곳에는 기회도 주지 않았다. 기준도, 원칙도 없는 선별 과정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연합회는 중개업체 축소 계획은 철회됐지만 미군 측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에게 (미군 측에) 협조하면 중개업체 등록 수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회유까지 했다"며 "처음부터 불공정 등을 무기로, 기지 주변 공인중개업체들을 길들이려고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개업체들 사이에서는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중개업체 제한 계획을 철회한 것", "노예 계약과도 같은 영업지침서약서(27개)에 대해서 일언반구 없는 것이 그 증거이며 부정적 여론을 피해 가려는 꼼수"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군 주택과가 최근 '미군(임차인)들의 안전을 위한다'며 임대 주택의 2층 이상 창문을 10㎝만 남기고 강제로 열리지 못하게 한 규정(임대 주택 안전 검사 등)이 또 다른 분쟁·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임대 주택에 대해선 미군 (임대)사용이 제한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공인중개사, 임대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미군 측의 창문 10㎝ 규정은 국내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시열 연합회 회장은 "미군 수뇌부의 사과, 미군 주택과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 등을 약속하지 않으면 우리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고 밝혀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평택시가 최근 양측의 분쟁이 확산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군 측에 공인중개사 측의 요구사항을 공문 형태로 보냈지만 아직까지 미군 측의 공식 입장은 없는 상태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