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나 지방의회가 대의 기구로서 국민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지만 과연 용인시민 개개인의 의견이 용인시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고는 있을까."
용인시의 이 같은 고민이 '시민청원 두드림', '모바일 시민여론조사', '용인시가 묻습니다' 등 시민 소통 창구 확대로 발전,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지방자치단체 직접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시의 시민 소통창구 운영은 시민들의 생각을 귀담아 들은 뒤 답하고, 다시 정책 입안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들어 정책으로 답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지역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재빠르게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거버넌스'의 시작이다.
■ '시민청원 두드림'…100명만 동의해도 답변
시 홈페이지 '시민시장실' 내에는 '시민청원 두드림'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다. 방식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비슷하다. 용인시민이라면 누구나 시의 주요 현안이나 정책 등에 대해 게시판에 의견을 낼 수 있다. 차이점은 30일 동안 단 100명만 동의해도 청원에 대해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2019년 4월 게시판이 처음 개설될 당시 청원에 대한 답변을 받기 위해서는 4천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했지만 2020년 2월 시가 청원 성립 인원을 대폭 완화한 뒤로는 100명 이상이 동의하면 시장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개설 '…두드림' 4천명 동의 단 7건
작년 2월부터 100명 완화후 496건 시정답변
청원성립 인원 완화 이전 10개월간 접수된 517건의 청원 중 4천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성립된 청원은 단 7건에 불과했지만 인원이 100명으로 완화된 이후에는 496건에 대한 시정답변이 이뤄졌다.
'시민청원 두드림' 게시판 운영 이후 지난 10월 말까지 접수된 전체 청원은 1천872건(2019년 480건, 2020년 700건, 2021년 692건)으로 이 중 503건(2019년 6건, 2020년 203건, 2021년 294건)에 대해서는 답변이 이뤄졌고 단순 민원이나 긴급히 처리해야 하는 233건의 민원은 관련 부서로 이첩해 신속하게 답변, 실제 답변율은 40%에 이른다.

■ 전국 최초 '카카오톡 여론조사' 도입… 응답률 25%
정책 추진 과정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는 전국 최초로 카카오톡을 활용한 시정 여론조사를 도입했다.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하는 사안은 무엇인지, 특정 사안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지 등 시정 여론조사가 필요한 경우 시민 누구나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는 모바일 시민여론조사에 참여할 시민패널을 수시로 모집, 여론조사가 필요할 때 카카오톡(포켓서베이)을 활용해 1대1 방식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접목해 주관식 답변도 받을 수 있다.
전국 첫 카카오톡 도입 시민패널 수시 모집
응답률 기존 ARS 10%미만서 25%로 상승
10월 말 기준 시민패널이 2천738명에 이르며 부서별로 설문조사가 필요한 사안들을 취합해 사안의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설문 대상을 선정한다. 설문은 채팅 로봇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각 항목에 대한 답변이 끝나면 다음 질문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올해는 지난 4월 '생활감동(생활폐기물 감량화 동참) 프로젝트' 관련 설문을 시작으로 '용인시 도시브랜드 슬로건 선호도 조사'(7월), '용인시 준공영제 대상 버스 디자인(안) 선호도 조사'(9월) 등 모두 10차례 설문을 진행, 시정에 반영했다.
지난해 진행한 5건의 설문조사 결과도 시 정책에 반영했다. '생활 쓰레기 수거기간 변경'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라 올해 용인시의 생활 쓰레기 수거 시간이 오전 6시로 변경됐고, '처인고 학교복합시설 명칭 선정'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복합시설의 명칭을 '처인성 어울림센터'로 확정했다.
기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활용한 설문조사는 응답률이 10% 미만에 그쳤으나, 모바일 시민여론조사 응답률은 25%로 크게 높아졌다.
■ 의제 제시·의견 수렴 '용인시가 묻습니다'
시는 단순 여론조사를 넘어서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시민 의견을 묻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부서별 여론 수렴이 필요한 정책을 선정해 찬반 토론이나 댓글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시 홈페이지 시민시장실 내에 '용인시가 묻습니다' 운영을 시작, 지금까지 두 건의 토론을 진행했다.
정책·댓글 토론 등 디지털 소통 창구 확대
7월6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된 토론의 주제는 '경전철 역사와 그 주변에서 무슨 활동을 하면 좋을까요'였다. 이를 통해 총 27건의 세부사업 제안이 이뤄졌다.
용인시 민관협치위원회가 경전철 역사와 그 주변을 시민들이 참여하는 생활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의결했고, '용인시가 묻습니다'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세부적으로는 '한여름&한겨울 쉼터 존', '공연 및 전시공간', '공유 모빌리티 존', '주기적 플리마켓', '물놀이장과 쉼터' 등 문화예술활동과 로컬푸드 판매 등을 통한 도농교류의 장, 주민참여의 장을 만들자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7월23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2022년 용인시 주요업무계획에 어떠한 정책이 담기면 좋을까요'라는 주제의 토론에서는 600여 건의 사업들이 제안됐다. 시는 중복되는 의견을 통합하고, 각 부서에서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해 '2022년 용인시 주요업무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백군기 시장은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 개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소통 창구를 대폭 확대하고, 시 역시 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충하겠다"면서 "용인시가 '스마트 거버넌스'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 백군기 용인시장 "디지털 소통 채널 늘려 시민과 거리 좁힐것"
지난 4월 용인시민청원 게시판에 '기흥구청 인근에 개관을 앞둔 리얼돌 체험관 시설에 대한 인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나흘 만에 무려 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시설은 자유업종으로 용인시에 허가권이 없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시는 즉각 교육환경에 관한 법률 검토를 통해 조치 방안을 찾았고, 동시에 백군기 시장은 해당 시설을 찾아 사업주를 설득하고 끝내 사업장 폐쇄 동의를 얻어냈다.
신속한 조치에서 끝내지 않고 이 같은 결과를 곧바로 시민들에게 알렸다. 그가 택한 방법은 '영상 답변'이었다.
백 시장은 "의견을 듣는 것으로만 그쳐선 안 된다. 듣고 조치하고 답하는 피드백이 뒤따르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수지구 동천동 냉동창고 신설 반대 청원(5천169명)이 제기됐을 때도, 시는 관련법 등의 재검토를 거쳐 냉동창고 건립에 관한 기존의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 기간이 2017년에 이미 만료돼 효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밖에 분당수지 SRT 역사 신설 제안(6천247명), 경강선 유치를 위한 노선도 수정(4천393명), 기흥역세권 내 중학교 부지 확보 및 중학교 신설(4천358명) 등 4천명 이상이 동의한 시민청원은 지금까지 17건에 달한다. 백 시장은 17번 모두 빠짐없이 영상답변을 통해 시민들에게 피드백을 줬다.
백 시장은 "시민들의 가려운 곳이 어딘지 묻고 살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스마트 거버넌스'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며 "디지털 소통 채널을 더 다양하게 늘려서 시민들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