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최종심에서는 '비정상에 관하여'와 '이터널 선샤인', 두 편의 소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우선 '이터널 선샤인'은 섬세하고 안정된 문체로 안락사라는 가볍지 않은 제재를 흡인력 있게 풀어나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러 곡의 팝송을 삽입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물론 그로 인해 작품 전체에 감성적인 깊이가 더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영화나 음악은 그 자체로 이미 존재하는 타인의 텍스트이며, 소설 쓰기에서 그것들의 활용에 의존하게 되면 자기만의 텍스트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진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감상적으로 흐르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 생각된다.
거기에 비해 '비정상에 관하여'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통해 강한 개성을 선보인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과잉행동 장애'를 의미하는 ADHD를 직접적으로 다룸으로써, 이른바 각종 증후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병의 치유'라는 절실한 문제 의식을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유머 감각의 발휘, 인물들의 개성 부각, 대화문의 능란한 활용, 읽는 이들로 하여금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어서 보라고 설득하는 힘 등등, 좋은 소설의 요건들을 두루 갖췄다.
다만, 결말 부분에서 어떤 의미적 상황이나 사건을 제시하지 못하고 다분히 추상적이고 교훈적인 말과 상념을 통해 이른바 결말을 위한 결말로 마무리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촘촘한 그물로 짜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였기에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축하의 인사와 더불어, 더욱 정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