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부천FC1995제공
지난 9월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 대의원들이 협동조합 이사와 이사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 제공

한국에서도 스페인 명문 프로축구 구단인 바르셀로나처럼 조합원들이 구단 회장을 뽑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런 꿈을 가지고 프로축구 K리그2 부천FC1995가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로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28일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부천 지역에 축구 저변 확대라는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해 부천FC1995 구단 활성화, 축구 저변 확대사업 등의 사업을 벌이는 공익법인이다. 구단 법인과는 별도의 법인이다.

또 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 조합원들의 조합비와 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순수 비영리 단체이기도 하다.

구단 별도 법인·조합원 3천명 넘겨
후원도 증가세 작년 7643만원 모여
직접 선출 대의원 정기총회서 의결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2천526명이던 조합원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천985명이 됐다. 올해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3천명을 넘었다는 것이 조합의 설명이다. 조합원들이 후원하는 개인 후원액도 계속 늘어서 2017년 3천892만1천원에서 지난해에는 7천643만7천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은 시민들이 구단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델이 협동조합 모델이라는 판단에 따라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부천FC1995 구단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한몫했다.

구단명에 붙는 '1995'는 부천 유공 코끼리 축구단을 응원했던 '헤르메스'라는 서포터가 첫 만남을 가졌던 해다. 대한민국 서포터 역사의 시초라고 일컬어지는 헤르메스의 정신이 구단 창단 배경에 깔려 있다.

이처럼 팬들로부터 탄생한 부천FC1995는 팬들이 주인인 구단의 철학을 승계하는 의미에서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셈이다.

핵심 팬들에 사업 의미 설득 꾸준
향후 이사장 직접 선출 방안 논의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조합원이 대의원을 직접 선출하며 대의원들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총회를 통해 조합의 운영방안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중요사항을 결정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구단을 지원하는 것 이외에도 부천시의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한 미취학 아동 축구교실, 직장인 대상 축구교실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천 까치울중학교에서 프로축구 선수에 대한 진로특강을 진행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협동조합이 순조롭게 출발했던 건 아니었다. 핵심 팬들도 굳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합에서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과 협동조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설득 작업을 벌인 결과 이제 협동조합은 부천FC1995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은 유럽 명문 구단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처럼 진화하지는 못했다.

부천FC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지금은 조합 대의원들이 조합 이사장을 선출하고 있지만 향후 조합원이 직접 참여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협동조합 조합원을 1만명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