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락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선 나에게 몽실이는 인사를 해주었다. 엉덩이를 슬쩍 들이민다. 때를 놓칠세라 몽실이의 등을 손으로 쓸고 엉덩이를 토닥였다. 꼬리가 살랑거리며 팔을 간질였다. 털이 보송하고 보드랍다. '누더기견'으로 불리던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몽실아, 사진 좀 찍어도 될까? 그러나 이주한 센터장을 반기느라, 김미란 총괄팀장과 노느라 통 협조를 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이 내 손에 간식을 쥐어주며 요령을 알려주었다. 드디어 몽실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런 몽실이를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나도 바닥을 기고 있다. 몽실이는 시시각각 귀여움을 뽐냈다. 그러니 제발, 카메라 보고 3초만….

몽실이는 오산시의 이름난 강아지다. 보호자였던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소한 뒤 혼자가 된 몽실이는 수개월 동안 거리 생활을 했다. 이후 동네 한 국밥집 이모님이 몽실이를 보살폈다. 그러나 이모님마저 몽실이를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됐다.
주변 상가 주민들도 모두 몽실이를 예뻐했지만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연이 'TV동물농장'을 통해 알려지자 오산시가 나섰다.
오산 하수종말처리장 위 지난달 16일 개장
1만1천㎡에 어질리티존·미용숍·수영장 등
전문가 양성 교육과 유기견지원센터 눈길
곽상욱 오산시장은 지난해 초 직접 국밥집으로 몽실이를 입양하러 갔다. 곽 시장은 몽실이에게 간식을 건네며 "너는 귀하게 내가 모실게"라고 약속했다.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수많은 선플을 남겼다. '오산 시장님 존경합니다! 오산시 직원분들도 감사합니다. 오산 시민들 부러워요' 등등. 입양 후 몽실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을 알려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몽실이는 성격이 점잖으면서 천진하고 애교 많고 호기심도 많고, 집중력이 높고, 헬퍼견으로서의 자질도 훌륭하고…." 몽실이와 함께 지내는 훈련사들의 칭찬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다부진 몸매에 동안의 얼굴로 요즘 들어 귀여움이 '심쿵사' 치사량에 달했다고.

몽실이는 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TV동물농장 테마파크)에서 풍산개 강산이, 겨울이와 살고 있다. 7명의 훈련사들이 산책과 식사, 헬퍼독 활동, 교감 놀이 등의 일정을 함께 한다.
테마파크 김미란 총괄팀장은 "몽실이는 워낙 성품이 좋아서 특별한 교육이 필요없다. 도움견(헬퍼독)으로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다른 유기견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없는 것을 대신 해준다. 몽실이가 다른 강아지들에게 '괜찮다'는 말을 우리 대신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V동물농장' 몽실이 등 최대 12마리 보호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행동교정 클리닉도
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오산시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마련됐다. 악취 나는 혐오시설에서 강아지들이 행복하게 뛰어노는 장소로 바뀌었다.
오산시는 3년여에 걸쳐 하수처리공법을 개량하고, 노후화된 하수종말처리장의 시설을 개량하는 한편, 하수처리장 상부를 복개해 악취를 잡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문화·여가 공간을 만들어 지난해 12월16일 개장했다.

시내에 인접한 1만1천여㎡ 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개장 전부터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넓은 운동장과 어질리티존은 이미 강아지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지상 4층 규모의 건물 내부에는 애견미용숍, 애견수영장, 애견카페, 애견용품점, 애견호텔, 키즈카페, 창업지원실 등을 갖추었다. 또한 생명존중교육, 반려견 전문가 양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유기견지원센터가 있다. 현재 6마리 유기견이 임시 보호 중이다. 센터는 입양 희망자에게 반려견 입양 전후 교육을 한다. 입양 전 강아지를 만나고 4주간 교육을 받는다. 입양 후에도 4주 교육을 진행한다.
이 밖에 방문교육 프로그램, 어린이 펫티켓 등 다양한 교육을 프로그램이 있다. 보호자가 전문가의 조언을 직접 받고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행동교정 클리닉도 열린다.
최대 12마리의 유기견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입소 유기견은 오산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리고 온다. 유기견 보호소에서도 입양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품종견이거나, 어리거나, 예쁜 강아지들이 먼저 입양된다. 오랜 기간 입양되지 못하면 강아지들은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한다.
그런 강아지들을 이곳 반려동물 테마파크의 유기견지원센터에서 맡는다. 외면받은 강아지들에게 보호자를 찾아줄 전략을 마련해두고 있다. 전략의 최종 목표는 입양이 아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 반려견 문화의 발전이다.

■ [인터뷰] 이주한 센터장
유기견 훈련·상담 국내 최적
강아지들 '행복한 공간'으로
"강아지한테 가장 좋은 장소는 아니다. 그러나 유기견들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좋은 장소임이 분명하다."
이주한 센터장은 반려동물 입양 문화를 바꾸는 것을 운영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자신부터 변했다.
그는 "반려동물 전문가로 일하면서 그들을 숫자로 대하던 때가 있다. 반려인구의 증가와 유기견의 수와 같은. 오산시에서는 지난해 1년 동안 350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했고, 우리가 하루에 한 마리씩 입양을 보낸다면 오산시 유기견 문제를 100% 해결할 수 있겠다는 계산 등….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숫자보다는 생명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라고 밝혔다.
자신이 변한 것처럼 다른 이들도 변할 수 있다고 이 센터장은 믿는다.
그는 "보통 유기견이 입양되는 순서가, 누군가 유기견 입양을 결심하고 보호소를 찾아가서 입양 절차를 밟는 것인데 이런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유기견을 입양하세요'라고 홍보하지 않고 반려동물 테마파크 자체를 알리려고 노력한다. 누구든 이곳에서 편안하게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이러다 보면 강아지를 마주치게 된다. 유기견도 예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강아지를 위한 좋은 시설과 훈련, 상담이 가능한 시설이 있다는 것도 알고 나서 입양을 하는 것으로 순서를 바꾸려는 것이다. 반려견 문화가 우리보다 발전한 외국에는 이런 시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산시가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센터장으로서 그는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직원들이 일하는 곳이 아니라, 강아지들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을 운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사람보다는 강아지가 우선이다. 개장 후 방문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주말에는 300~400명이 다녀간다. 이 센터장은 이들에게도 강아지를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그는 "강아지들을 위해 음식물 반입은 절대 삼가해야 하고, 공격성이 있는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훈련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오산/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