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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수성고 배구부 한태준이 수성고 체육관에서 배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성고 배구부 제공

지난해 대회 5관왕과 함께 8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룬 수원 수성고 배구부. 우승에 큰 역할을 했던 서현일과 김재민은 대학 진학으로 학교를 떠나지만, 수성고에는 올해 3학년이 되는 한태준이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한태준은 대학 시절까지 배구를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배구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아버지가 동호회에서 배구를 하는 것을 직접 보면서 배구에 흥미를 느껴 초등학교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통령배서 9개 대회 석권 도전
검증된 실력… 스카우트 1순위
배구 이해도 높고 성실함 겸비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 롤모델
평정심 유지하는 모습 닮고파"


한태준의 포지션은 세터다. 세터는 공격수에게 공을 띄워 주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세터가 흔들리면 팀도 흔들린다.

한태준은 그런 세터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세터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며 "세터에게는 평정심을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터는 상대방의 블로킹 공격을 속이면서 경기를 하는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구공

한태준이 롤모델로 삼는 선수는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세터 한선수다.

그는 "한선수 선수는 경기 중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것 같다"며 "옆에 있는 동료들까지 잘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8개 대회 연속 우승은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없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이다.

하지만 한태준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즐기는 배구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저희에게 재미있는 배구를 하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처럼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태준의 실력은 이미 검증됐다. 지난해 11월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제32회 CBS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대회 MVP에 올랐고 수성고의 우승에도 일조했다.

이미 대학팀들과 프로팀 사이에서는 한태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김장빈 수성고 배구부 감독은 한태준에 대해 "톱 클래스가 아니고 그냥 톱"이라며 "대학에서 스카우트 표적 대상 1호"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세터로서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완벽한 데다 성실성도 겸비했다. 이 정도 세터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희섭 코치 역시 "태준이는 침착함을 가지고 볼 배급을 잘한다"며 "속공 토스가 다른 세터들보다 뛰어나다. 프로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수성고는 오는 17일부터 강원도 인제군에서 열리는 제54회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 출전한다.

현재 수성고는 대학팀들과의 연습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성고가 과연 이 대회에서도 우승해 9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역사를 쓸까. 부담감은 크지만, 한태준은 한결같이 즐기는 배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동료들과 다 같이 즐기는 배구를 하고 싶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한 명도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승부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보였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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