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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개발과 문화재 보전 사이에서 여전히 명확한 균형을 찾지 못한 듯 보인다. 문화적·역사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문화재를 소중하게 지키고 가꿔야 한다는 입장과 사람 위에 문화재 있느냐는 반론이 사안마다 크고 작은 충돌을 빚어왔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인천 검단 왕릉 아파트 사태가 불거지면서 우리는 충돌하는 두 가치 사이에서 해답을 도출할 매뉴얼 조차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포 장릉이란
김포 장릉은 1626년(인조4) 인헌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김포 성산에 조성된 육경원이 유래다. 원종의 흥경원(묘)을 이곳으로 천장한 이후 장릉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유네스코는 한강 이북의 파주 장릉과 한강 이남의 김포 장릉, 계양산으로 연결되는 경관과 역사적 의미를 인정해 김포 장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경관이 특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김포 장릉과 계양산이 연결되는 경관 사이에 콘크리트 병풍이 생겼다. 아파트가 들어선 것인데, 이와 관련해 해당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2021년 9월 17일~10월 17일)에는 21만6천여명이 동의를 했다.

2019년 인천 서구청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아 분양을 마쳤으나, 2017년 1월 강화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이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보고 있는 반면, 건설사들은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포 장릉과 계양산 연결된 경관 가로막아
'아파트 철거' 국민청원 21만6천여명 동의
문화재보호법 위반 vs 현상 변경 문제 없다
2심 입주자 현저한 피해 예상 건설사가 승리

문화재청은 관련된 건설사 3곳과 공사 중지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건설사가 낸 공사중지명령 집행정지 신청 사건 2심에서 입주예정자 등에게 현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사 3곳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화재청이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건설사들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아파트가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 심의 대상인지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예고해 법정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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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에 있는 무덤 사이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연합뉴스

3기 신도시 들어서는 경기도, 문화재는 안전한가
경기도는 정명 1천년이 넘었다. 그만큼 문화재도 많다. 여전히 문화재 관련 규정이 허점투성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모두 6천37여만㎡에 달하는 3기 신도시 개발이 장릉 경관 훼손 아파트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는 택지개발을 맡은 시행자가 미리 현상변경을 받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현상변경을 하고 건설사에 매각하는 사이 문화재 규정이 바뀌면 앞서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것도, 받지 않은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된다. 인천 검단 왕릉 아파트 사태의 핵심 원인이기도 하다.
규정 '허점투성이' 비판속 개발 논란 반복
역사문화환경 보존범위 지자체마다 달라
신도시 용적률 높이기 대책 개발 부채질
문화재영향평가 제정후 2025년 시행 목표

특히 지자체 조례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인천시는 반경 200~500m가 보존범위고, 시·도지정문화재는 반경 50m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된다. 경기도는 500m다.

경기도 녹지지역과 인천 도시지역의 경계 부근에 건축물을 짓는다면 경기도 기준에 맞춰야 하는지, 인천 기준에 맞춰야 하는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지난 8·4부동산대책에서 신도시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터라 문화재를 콘크리트 숲으로 가두는 개발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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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에 있는 무덤 사이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연합뉴스

어떤 해법이 있나
문화재청은 개발 행위가 문화재 보존·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계획단계부터 조사하는 '문화재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의 2022년 주요업무계획에 따르면 2023년까지 문화재영향평가법 제정과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2024년 시범운영, 2025년 제도시행을 목표로 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지표 조사 대상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추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무엇보다 김포 장릉과 같이 세계문화유산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세계유산 보호체계 강화를 위한 세계유산영향평가(HIA)의 국내 도입 근거를 마련한다.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법정사무 추진으로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가능성이 높은 문화재를 대상으로 규제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규제 적정성 등을 검토해 허용기준을 재조정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정비하는 것이다.

수도권과 세계유산 등을 중심으로 우선 검증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인데, 올해는 우선 서울·세종·대구·광주·제주 등 378건을 검토한다. 2025년까지 1천665건을 대상으로 잡았다.

이밖에도 소규모 발굴조사 비용에 대해 국가 지원을 확대하고 조사지역에 대한 보존조치로 사업이 취소될 경우 발굴 비용 전액을 지원해 민간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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