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규 '숨 고르고'

'0.01초'.

일반인들에게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대한민국 남자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둥 차민규(의정부시청)에게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을 법한 시간이다.

차민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4초4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자 노르웨이 호바르 로렌첸과는 0.01초 차이였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이제 예전보다 더욱 성숙하고 단단해진 차민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한다.

4년 전 올림픽, 500m 0.01초 차이로 놓친 金
예전보다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성장
제갈성렬 감독 "차분하게만 하면 메달 충분"


차민규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남녀 스프린트 겸 제76회 종합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스프린트 남자부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베이징행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 "올림픽 직후엔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커지더라"며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평창 때 아쉬움을 씻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차민규 '숨 고르고'
지난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76회 전국남녀 종합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1천m 스프린트 2차에서 차민규(의정부시청)가 질주하고 있다. 2022.1.14 /연합뉴스

차민규는 경기 초반보다는 중후반부터 가동력이 붙어 스피드 지구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그 누구보다 차민규를 잘 아는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은 차민규를 이미 '실력이 입증된 선수'로 평가했다.

제갈 감독은 "차민규는 2020년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 스프린트에서 3위를 차지한 선수다.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이 500m나 1천m의 경우 메달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꼽으면 차민규는 항상 속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면도 훌륭한 차민규이지만 심리적으로 차분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림픽과 같이 큰 대회에서는 긴장감과 심리적 위축이 다른 대회보다 클 수밖에 없는데 차민규는 큰 경기에 강하고 차분하게 경기 운영을 한다는 것이 제갈 감독의 설명이다.

제갈 감독은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천m에서 독보적인 선수가 없어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천m는 강자가 없이 춘추전국시대"라며 "강심장을 가지고 있고 차분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차민규의 장점이 발휘된다면 충분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차민규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딛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은메달은 우연이 아니다"라는 제갈 감독의 말처럼 차민규의 실력은 이미 검증됐다. 이제 흔들림 없는 차민규의 레이스만 남았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