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의 성공사례가 경기 북부지역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부분 내수로 연명하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대박 난 기업이다.
불과 10년 전 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수도권이라는 지역 명칭이 무색하게 도로나 통신, 상하수도 등 기간시설이 허술했던 경기 북부는 수출과 거리가 먼 곳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외국인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1인 기업이 해외시장에 상품을 내다 팔 수 있는 시대다.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경기 북부에 수출 바람이 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은행 융자를 받기도 벅찼던 이 지역 기업인들은 5~6년 전부터 수출을 꿈꾸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을 찾았다.
중진공 경기북부지부는 경기 북부 곳곳을 찾아다니며 기업인들을 만나 '내수만이 살 길'이라는 그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려 애썼다. 말뿐 아니라 '두드리면 길이 열린다'고 보여줬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위기를 맞은 기업에 수출 지원사업은 오히려 활황이었다.
중진공은 물류대란까지 겹치며 궁지에 몰린 수출 중소기업에 긴급 물류망을 펼쳐 중소기업 수출 전선을 엄호했다. 창업의 열기가 식지 않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벤처기업 투자설명회인 'IR-데이'를 열어 벤처 붐의 불씨를 살렸다. 중진공의 지난해 활약상과 올해 역점사업을 짚어본다.
■ 중소기업 위기 극복 지원
지난해 중소기업에 닥친 대위기는 유동성이었다. 중소기업은 보통 매출에 따라 빠듯하게 운영한다. 자금난으로 휘청이는 기업이 속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전년도 매출 부진을 간신히 수습했지만 해가 바뀌어도 상황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금 마련에 불똥이 떨어졌다. 사업주들은 연초부터 융자 상환을 미루고 새 투자처를 찾느라 안간힘을 썼다. 금융권에서 꺼리는 전통 제조기업이 밀집한 경기 북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중진공 경기북부지부는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확보한 정책자금을 조기에 풀어 기민하게 대처했다. 총 2천700억원을 신속하게 중소기업에 투입했다. 코로나 피해 기업 275곳에는 경영안정자금 351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유동성 대위기 '자금난 휘청' 속출
경영안정자금 351억 등 2700억 투입
수출역량 강화 4단계로 체계적 육성
작년 77개사 '바우처' 13종 서비스
중진공이 정책자금을 개시할 때마다 융자신청이 밀려들었다. 중진공은 위기 상황 속에서 '뉴뉴 노멀시대'에 대비해 혁신창업기업 발굴과 제조현장 스마트화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강화했다.

■ 수출기업 육성
수출은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에 이제 빠지지 않는 요소다. 중진공 역시 중소기업의 육성 방향을 수출에 두고 수출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진공의 수출기업 육성 체계는 4단계로 짜여 있다. 1단계는 내수기업의 수출 유망 제품 발굴이다. 2단계에선 수출 인프라와 해외 바이어 미팅을 지원한다. 3단계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마케팅에 주력하도록 돕고, 마지막 4단계에선 해외시장 현지화를 통해 자생력을 확보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진입하게 한다.
지난해 경기 북부의 77개사가 수출기업 육성 지원을 받았다. 기업은 단계별로 '수출 바우처(voucher)' 지원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수출 바우처 종류는 총 13종에 달한다.
수출 희망 기업은 미국, 중국, 베트남, 멕시코, 칠레 등 12개국에 마련한 20개 거점을 통해 현지화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진공은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기업의 해외시장성, 현지 법인설립 계획, 산업 적합성 등을 꼼꼼히 검토해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

■ 중소벤처기업 '구조혁신'은 올해 역점사업
올해 중진공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미래 대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디지털 시대와 세계적인 저탄소 움직임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중진공은 3대 정책을 제시했다. 구조혁신지원사업, 탄소 중립 생태계 조성, 매출채권 팩토링(factoring) 등이다. 구조혁신지원사업은 신사업 전환, 디지털 역량 강화, 노동전환이다. 퇴조하는 사업에서 발을 빼 신흥사업으로 전환하고 세계 시장의 표준이 되고 있는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다.
또 좌초위기 산업군에 종사하는 노동 인력을 다른 산업군으로 이동하게 하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진공은 구조혁신 진단을 통해 기업을 선별해 맞춤형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탄소 중립 생태계 조성은 탄소 중립 수준을 진단해 중소벤처기업 600곳을 선정, 탄소 중립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설계지원, 기술·경영 컨설팅 등이 포함되며 비용도 지원한다.
디지털·저탄소 움직임에 대응 목표
구조혁신 진단 통해 선별 맞춤 지원
중소벤처 600곳 탄소중립 전환사업
ESG 경영 해법·매출채권 팩토링도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한창 확산 중인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위한 해법을 중소벤처기업에 제공한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판매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중진공이 인수해 조기 현금화하는 사업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유동성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매출채권 팩토링을 이용하면 매출채권에 따른 상환청구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심하고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따른다.
중진공은 매출채권 팩토링의 이용 편리를 위해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면 중진공 방문 없이 대금지급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 [인터뷰] 모혜란 경기북부지부장 "전통 제조·영세업종, 중소기업 '경제구조 전환'…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모혜란(사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기북부지부장은 중소벤처기업의 구조전환을 새해 사업계획으로 가장 먼저 언급했다.
탄소 중립과 ESG 경영, 4차 산업혁명 등 경제구조 전환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모 지부장은 구체적으로 디지털 전환, ESG 경영과 같은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K자형 양극화' 해소를 제시했다.
모 지부장은 "경기북부는 경기도 권역 중 면적은 넓으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섬유, 가구, 피혁 등 전통제조와 영세업종 위주"라며 "이들 업종 기업이 신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구조혁신센터'를 만들고 사업·디지털·노동 전환의 종합 해법을 '원 패스(one-pass)'로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올해 역점 사업으로 뒀다.
모 지부장은 "경기북부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사업화 의지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창업가를 발굴해 지원하고 혁신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은 더욱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