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루지 국가대표 박진용(경기도청)에게 동계 올림픽은 익숙한 무대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다음 달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박진용에게는 벌써 3번째 올림픽 무대다.
박진용은 "소치 때는 첫 올림픽이라 경험한다는 생각이었고 평창 때는 다시 올림픽에 나간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면 이번 베이징에서는 성적에 대해 기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루지는 썰매에 누워서 트랙을 질주하는 종목으로 평균 속도는 120㎞ 이상이다. 경기를 보는 사람이나 선수 모두 썰매의 스피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스포츠다.
시속 120㎞로 위험하고 민감
비인기 설움에도 2인승 개척
조정명과 호흡, 메달 정조준
조정명(강원도청)과 짝을 이뤄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박진용은 "루지가 썰매 종목 중 제일 빠르고 위험하다"며 "2인승은 썰매 조정을 세세하게 해야 해 민감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용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출발 시간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항상 세계 대회에 나가면 출발에서 밀려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했었는데 최근에는 출발에 집중해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박진용은 올림픽에 여러 차례 출전해 루지를 널리 알리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 루지는 비인기 종목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느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그랬듯 박진용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왔다. 주세기 한국 루지 대표팀 코치는 그 누구보다 박진용이 겪었던 어려움을 잘 안다.
주 코치는 "박진용 선수는 정말 지원이 없었을 때부터 루지를 시작했다"며 "더구나 2인승은 생소한 분야라 가르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 코치는 "박진용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묵묵하게 열심히 잘해주고 있는 선수"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주 코치는 "힘과 썰매 타는 감각이 좋다"며 "심리적으로는 어려울 때 스스로 자신을 잘 다잡는 면이 있다"고 박진용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박진용을 포함한 한국 루지 대표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인승, 남자 2인승, 여자 1인승, 단체전 등 전 종목에 출전한다. 3회 연속 올림픽 전 종목 출전이다.
평창에서 훈련을 마친 루지 대표팀은 오는 30일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국 루지 2인승 개척자인 박진용이 조정명과 함께 베이징에서 일을 낼까. 이 질문에 주 코치는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주 코치는 "올 시즌 박진용의 주행 연습 결과가 좋았다"며 "장비 준비만 잘 된다면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썰매를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 윤성빈이 금메달을 따 온 국민을 감동과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듯, 이제는 루지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때다.
박진용은 "루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