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앞서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을 겪은 서울 경리단길과 가로수길 등이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 가격 상승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당 지역을 살린 상인들을 지키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이 시행됐다.
하지만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 등 무형의 자산을 보호하는 데에는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정서적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정체성, 주민 간의 화합 등이 거론되는 일은 여전히 드물고 되레 일부가 겪는 불편함 정도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다.
정서적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민 간의 갈등뿐 아니라 지역 상권의 활성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상인 지키기 급급
문화적 가치 등 무형자산 보호 외면
카페 옆 주택 합판으로 창문 막기도

먼저 외형적인 면에서 주민들의 불편과 상인들과의 갈등을 확인할 수 있다. 행리단길로 불리는 행궁동 일대를 보면 최근 마구 들어선 카페와 방문객 등을 막기 위한 장치가 눈에 띈다. 주민들은 대형 화분으로 주차를 막고, 일부 몰지각한 방문객은 이 대형 화분조차 밀어내는 주차전쟁을 벌인다.
또 주택가를 개조한 카페 옆 주택은 합판으로 창문을 막기도 하는데, 주민들에게는 채광이나 환기마저 포기해야 할만큼의 '공해'가 된 셈이다.
행궁동에 거주하는 A씨는 "주택 옆에 여러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식당이 들어와도 불법이 아닌 것이냐"며 "아무런 대책 없이 마구 허가를 내줘도 되는지 알고 싶다"고 불쾌함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벽화로 유명세를 탔던 서울 혜화동 벽화마을 등은 주민들이 공들여 가꿨던 벽화를 지우는 등으로 스스로 지역 문화를 지우기까지 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해당 지역이 쌓아온 정체성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다.
지역 상권 활성화 일시적 현상 우려
"대형상권 업장 창업에 특색 희석"

여전히 행궁동 주택들이 가격 갱신을 기록하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창업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주민들은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동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잘 될까?'라는 것.
한때 번화했다가 쇠퇴의 길을 걸은 지역의 여러 사례처럼, 이곳도 언젠가 침체돼 하나둘 떠나면 그때는 주민조차 살기 어려운 곳이 될 거라는 근심 섞인 이야기가 이들 사이에 오고 갔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B씨는 "이렇게 카페가 많이 생기는데 계속 유지될까 걱정"이라며 "처음 이곳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며 여러 작업을 했던 사람들은 이미 떠났는데 상권이 흔들리면 지금과 같이 지역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근에는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상점도 있지만 무인 사진관과 같이 기존 대형 상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장 창업이 이어지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미 지역 특색이 희석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성주·구민주기자 ksj@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