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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스포츠 혁신안' 주요 내용 중 하나인 '학습권 강화'가 되레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체육교육계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경기체육고등학교에서 한 학생 선수가 높이뛰기를 하는 모습. 2022.2.13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정구(soft tennis)는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는 만큼 운동부를 가진 학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양평에 살던 A(16)군에게 정구부가 있는 가장 가까운 학교는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이천의 중학교. A군의 엄마 박모씨는 긴 통학 시간에 운동기회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학교 주위에 집을 구했다. 하지만 양평 집도 오고 가야 하는 처지라 A군만을 온전히 살필 수 없다.

박씨는 "끼니를 매일 챙기지 못해 아들이 냉동음식과 배달음식으로 때우곤 하는데, 성장기라 걱정이 크다"며 "학습시간이 늘면서 팀 훈련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실력 유지를 위해 자비를 들여 개인 훈련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구 탁구 명문으로 꼽히는 파주의 한 중·고교의 감독 신모씨도 최근 3년 간 변화에 당혹스럽긴 마찬가지. 경기를 주말로 몰면서 선수와 지도자들의 부담이 쌓였다.

신 감독은 "대회 수상 성적이 대학 입시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데, 코로나로 대회가 줄어든 마당에 남은 대회들이 다 주말에 몰려 '눈치'를 봐가며 대회를 고르고 있다"며 "선수들의 부상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인기 정구 운동부 학교 드물고
코로나로 대회 줄어 출전도 '눈치'
선수간 격차 심화·부상 위험까지


정부가 혁신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둔 사안인 '학습권 강화'가 되레 현장에서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학교에서의 팀훈련 기회가 줄어들면서 선수 간 격차가 심화하고 부상 위험까지 커진다는 것이다. 학교 체육의 '빈자리'를 공공이 메울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학생 선수의 대회, 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 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지난해 초중고별로 각각 10일, 15일, 30일에서 올해 5일, 12일, 25일로 줄였다. 이를 위해 대회 경기를 주말·공휴일에 하고, 가급적 방학 중 대회를 열도록 체육 단체에 요청했다.

경기도는 학교 체육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G스포츠클럽(경기도형운동부)을 운영하고 있다. 엘리트 중심의 학교 체육 시스템에서 탈피, 생활체육과 연계한 개방형 공공 스포츠 클럽을 확장하는 모델이다.

결석허용 초 5·중 12·고 25일로 ↓
지자체 공공스포츠클럽 지원 필요


하지만 비인기 종목의 클럽이 개설된 경우는 매우 드물고, 또 운동시설을 찾아야 하는 점도 문제로 남아 취지대로 학교 체육을 대신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학교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혁신안이 나온 배경을 되새기는 동시에 학생 선수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기존 엘리트 중심의 학교 체육이 낳은 구조적인 폭력 문제 때문에 인권과 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지자체가 나서 공공스포츠클럽의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G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종목마다 편차가 있고 시설 부족 문제가 있다"며 "종목별 체육 단체·각 시군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측은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허용 결석일수를 제한하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종목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 연구 결과가 나오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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