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특별강연
지난달 19일 이석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에서 개최된 종전선언 남북공동올림픽 평화공공외교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2022.1.19 /민주평통 제공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는 헌법 제92조에 근거한 평화통일정책 대통령 자문 기관이다. 지난 1981년 6월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가 창설된 이후 1987년 10월부터 현재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하면서 민주평통을 이끌고 있는 이석현(71)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취임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공 외교, 지역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가고 있다.

새해 들어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해제를 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 수석부의장은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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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민주평통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에 대해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또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실험과 ICBM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해제하면 평화 협상의 판을 깨는 행위가 되는 만큼 즉각 대화에 나서 비핵화와 번영의 길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택 처형에 이어 지난 2017년 중국이 보호하던 김정남 암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과 북한 관계가 악화됐지만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있었던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중 관계가 동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형국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몰아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단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세계 정세는 미·중 간 무역 갈등에서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번졌고 전 세계로 넓어졌고 북한과 중국의 밀착이 강화되면서 북한이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북한은 미사일을 연일 쏘아 올렸고 이에 미국은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하고 있어 한반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이 상황을 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北은 미사일 쏘고 '추가 제재' 악화 바이든 정부의 태도 변화 목소리 높여
지난해 공공외교 美 국무부 등에 '비핵화 협상에 유리' 설득… 특위 출범도


이 수석부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 선언'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그는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중순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다니면서 미국 하원의원들과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을 하면 미국 입장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며 "휴전 협정이 70년가량 이어져 온 유례가 없는 데다 비핵화 협상에도 유리할 수 있다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 선언을 한다고 해서 주한 미군이 철수하는 것도 아니다. 주한미군의 존재 의미는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을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며 "동북아 세력 균형을 위해 주한 미군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을 미국에 강조했다"고 돌아봤다.

이석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석현 수석부의장이 톰 스워지 연방하원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민주평통 제공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내용을 담은 한반도 평화 법안에 대한 외교위원회 상정도 추진하고 있다.

종전 선언은 한미 간 북한에 제시할 문안까지 의견 일치를 이뤘지만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부 임기 내 종전선언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다만 민주평통은 종전 선언 실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동북아 세력 균형' 미군 필요… 남북 경제 협력하면 더욱 강한 나라 될 것
UN은 베이징 시작전 휴전 결의안 채택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분쟁 멈춰져야


민주평통은 지난달 19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위는 종전 선언의 의미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면서 관련 단체와 협력도 도모한다.

이 수석부의장은 "종전 선언은 현 정부 임기 내에서는 어려워 보인다"며 "차기 정부에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젊은 세대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실감해야 하는데 아직은 서두를 국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서 비핵화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면서 경제 협력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남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55배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지금은 통일을 앞세우기보다는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간 경제 협력이 일어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이후에 후손들이 통일을 보다 쉽게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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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석현 수석부의장이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와 면담하고 있다. /민주평통 제공

지난달 25일 평창동계올림픽 4주년 기념 청년 공개 토론회도 언급했다.

'평화·통일에 대한 청년의 시선'을 대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2030세대가 보였던 인식 변화를 평가하는 자리였다. 단일팀 발표 시점에는 공정의 시각에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올림픽 이후에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전문가 분석을 보면 청년들이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남북 단일팀 구성은 각 세대에서 골고루 반대 의견이 있었고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올림픽 이전보다 10%p가량 긍정적인 반응이 높아졌다"며 "2030세대는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기성세대가 가진 편견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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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이때 이 수석부의장은 국제 사회의 분쟁이 멈출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UN은 휴전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서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분쟁은 멈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이석철·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 이석현 수석부의장은?

▲ 1951년 출생
▲ 전북 익산 남성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경제학 석사
▲ 14·15·17·18·19·20대 국회의원
▲ 2014∼2016년 국회 부의장
▲ 2016∼2020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교류특별위원회 위원장
▲ 2018년 10·4선언 11주년 평양행사 남측대표단
▲ 2018년∼현재 (사)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
▲ 2021년 9월∼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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