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등, 주식 광풍과 함께 불안정 자산시대의 한 축엔 가상자산 투자 열풍도 있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개설된 계좌 수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550만명에 달하는데, '넘사벽'이 돼버린 부동산값에 좌절한 2030세대가 빠져들기 시작하더니, 중장년층까지 투자에 가세한 형국이다.

이 덕에 가상자산 거래금액은 이미 코스피 거래대금의 2배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이 시장은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High Risk)'가 분명한데도 날이 갈수록 급성장 중이다.

이에 정부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허가제를 통해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투자자와 코인 상장사를 보호할 안전장치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혼란한 틈을 타 개미 투자자들을 노린 코인 범죄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욘사마 코인'으로 불린 퀸비컴퍼니의 상장과 몰락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의 허점과 규제 미비로 인한 피해를 낱낱이 파헤쳤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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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위 빗썸에 상장한 퀸비컴퍼니의 코인 'QBZ'가 상장부터 거래종료까지 과정에서 빗썸 대주주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라이브센터. 2022.2.22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위인 '빗썸'에 상장한 이른바 '배용준 코인'이 디지털 쓰레기로 전락했다. 퀸비컴퍼니(Queenbee company·이하 퀸비)는 2020년 2월 가상자산사업자 빗썸코리아 거래소를 통해 코인 '퀸비(QBZ)'를 1QBZ당 거래가격 0.021달러(우리돈 약 25원)에 상장했다.


퀸비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이사 배용준씨와 신세계 노브랜드, 허니버터칩 등 브랜드를 개발한 숙명여대 김기영 교수 등이 투자한 코인 'QBZ'를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하고 증권형 토큰으로 부동산, 저작권, 미술품 영화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설계됐다.

빗썸코리아도 8천만QBZ를 퀸비재단으로부터 넘겨받아 무상 배분하는 에어드롭(air drop) 이벤트를 진행하며 초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불확실성 가득한 코인시장에 인지도, 신뢰도 높은 인사들이 참여한 퀸비의 출현은 투자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상장 첫날, 퀸비는 1QBZ당 25원에서 275원까지 변동률 1천100%를 기록했다. '욘사마 코인'이라는 유명세로 상장 3시간 만에 총 거래액이 690억원을 돌파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QBZ' 2020년 2월 거래소에 상장
유명인 연관 주목, 마케팅도 활발
25원 → 275원 크게 상승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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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욘사마 코인의 아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퀸비측 주장에 따르면 2020년 3월25일과 4월3일, 23일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천300만여개, 1억4천700만여개, 4억9천800만여개 등 총 6억7천800만여개의 QBZ 코인이 비정상적으로 시장에 풀렸다. 해킹으로 인한 유출이 의심되는 이상거래였다.

정상적으로 거래됐다면 무상배분 이벤트물량인 8천만개와 퀸비 재단이 계획한 코인을 합해 총 3억개 가량의 코인만 거래돼야 했다. 퀸비는 첫 번째 비정상 물량이 유출된 이후 즉각 빗썸에 이상거래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6억7800만개 '유출의심 물량' 풀려
입금 제한 끝에 작년 8월 상장폐지
퀸비 "이상거래 방치" 빗썸에 소송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빗썸은 마지막 비정상 물량 유출 이후인 같은해 4월29일, 퀸비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유의종목에 지정되면 코인 투자 입금이 제한된다. 한마디로 신규투자가 불가능해진다. 퀸비는 결국 지난해 8월23일 거래지원 종료 통보를 받고 상장 폐지됐다.

가치 폭락을 겪은 퀸비는 금융위원회에 빗썸을 상대로 '가상자산거래소의 신고수리 및 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민원을 제기했다. 퀸비는 이상거래가 계속되는 동안 빗썸이 상황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또 상장 절차와 투자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 일련의 과정에 거래소인 빗썸에 책임이 있다며 민형사상 소송 절차도 밟고 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상장과 투자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는 거래소의 고유 권한"이라며 "에어드롭 등 이벤트를 하고 남은 물량을 돌려줄 순 있다"고 해명했다. → 관련기사 3면 ([욘사마코인 '퀸비' 왜 쓰레기가 됐나·(1)] 몰락의 전말)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지역자치부=김환기 부국장, 

정치부=손성배, 

경제산업부=김동필, 

사회교육부=이시은 기자, 

사진부=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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