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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사진)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수법이 음지화·개인화되고 해외 서버 사이트를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 법·제도 도입'과 '수사 범위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승희 대표는 최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한국은 이미지와 동영상을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유통하는 기술력을 가졌다. IT 기술이 디지털 성범죄에 쓰이고 있는 셈"이라며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그동안 국가와 공권력이 방치해 왔다"고 비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2017년부터 1천명이 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해온 단체다.

서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2000년대 중·후반부터 웹하드를 중심으로 이 같은 범죄가 있었다"며 "당시 정부와 수사기관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성착취물이 하나의 성인물 콘텐츠가 됐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웹하드 중심 성착취물 퍼져… 공권력 '콘텐츠화' 방치
'n번방 사건'후 중대범죄 인식… 대규모 범죄 줄었지만 치밀하고 악랄해져


서 대표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를 운영하며 끊임없이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법·제도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는 "2017년 센터 설립 이후 성착취물을 소지·시청·저장·구매하는 수요 행위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하지만 과잉 처벌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뤄 입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이마저도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은 법망을 피해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n번방 사건 이후 마련된 대책에 대해 아쉬움도 털어놨다.

서 대표는 "사건 이후 성착취물 유포가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성과"라면서도 "처벌 수위는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비해 여전히 낮다"고 했다. 또 "비슷한 사건을 두고 재판부별로 형량이 다르거나, 양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 나오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n번방 사건 이후 '음지화'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정부와 수사 당국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n번방 사건 이후 겉으로 드러나는 디지털 성범죄가 많이 줄었다. 집단이나 대규모 범죄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대신 범죄가 음지화·개인화되면서 범죄 수법이 더 치밀하고 악랄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착취물이 해외 서버(텔레그램·디스코드 등)에서 유포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선 경찰이 유포자뿐 아니라 사이트 운영자, 이용자에 대해서도 인지수사를 펼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수사를 위해 인력이나 예산이 필요하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사이버 성폭력은 성착취물을 찍거나 유포하는 행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스토킹, 성희롱 등도 포함된다"며 "여러 종류의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법률이 현재는 없다. 이처럼 부족한 부분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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