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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위 빗썸에 상장한 퀸비컴퍼니의 코인 'QBZ'가 상장부터 거래종료까지 과정에서 빗썸 대주주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라이브센터. 2022.2.22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욘사마 코인'인 퀸비의 상장폐지 사건을 두고 가상자산 업계는 빗썸 대주주가 개입한 '기획 탈취'를 의심하고 있다.

유명인이 참여한 코인 재단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총 거래액이 커지면, 코인 시세를 조정하는 브로커가 매도해 다른 소액투자자와 코인 발행 재단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주식시장의 작전 세력을 동원하는 주가 조작과 유사하나, 이를 주도한 세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상장 직전의 수상한 계약

퀸비 사건에는 결말을 예측케 하는 전조가 있었다. 상장 전에 퀸비는 조세회피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법인 뉴컨센서스캐피탈(이하 NCC)과 계약을 맺었다. 빗썸코리아와 빗썸글로벌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 퀸비를 상장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NCC는 현재 빗썸의 대주주 이정훈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전 이사회 의장과 연관된 싱가포르 소재 법인 비티에이치엠비(BTHMB)의 조세 포탈 목적 법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상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공언해 온 가상자산거래소가 공개적으론 상장료를 안 받는 대신, 조세회피처의 유령법인 의혹을 받는 NCC를 통해 우회적으로 상장료를 받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게 가상자산 업계의 주장이다.

'빗썸 패밀리' 등기이사와 계약
가상자산거래소 상장 도움받아
유령법인에 우회적 상장료 의심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퀸비는 2020년 1월말 NCC를 중국계 브로커를 통해 접했고, 그 시기 가상자산 전문가로 꼽히는 A씨와도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골자도 빗썸 상장을 위해 A씨가 퀸비에 금전적·전략적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A씨는 '빗썸 패밀리' 볼트러스트의 비상장 주식을 소유한 등기이사였고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매주 빗썸코리아 공식 위클리 리포트 작성 용역을 하던 회사 헥슬란트 대표였다.

A씨는 퀸비를 대신해 NCC에 총 75만 유에스테더(USTD)를 대여 성격으로 대납한 인물이기도 하다.

퀸비는 A씨가 대가를 지불한 뒤 BTHMB로부터 송금을 잘 받았다는 회신을 받고 NCC와 BTHMB가 한 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퀸비는 NCC와 A씨를 제외하곤 상장 직전까지 빗썸과 직접 접촉한 적이 없다는 점도 상장 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A씨는 한동안 퀸비 재단의 코인 계정을 관리하는 권한인 '마스터키'까지 쥐고 있어서 상장 이후 퀸비 코인 물량이 비정상적으로 유출됐을 때 이를 방치했다는 책임도 있다고 주장한다.

경인일보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씨에게 문자와 전화 연락을 했으나 A씨는 공식 입장 등을 밝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감춰진 상장심사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심사 기준은 빗썸만 최근 공개했을 뿐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각 거래소가 정한 요건을 충족한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상장이다.

빗썸은 전문가로 구성된 암호화폐 상장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와 검토를 통해 상장 심의를 한다고 안내하고, 실질적 심사기준으로 ▲비즈니스 영속성 ▲기술적 기반과 확장성 ▲시장성 등 3가지를 공표했다.

퀸비 재단은 상장폐지까지의 과정에 거래소가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고 코인 발행사와의 신의성실의 원칙마저 깨버렸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인일보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퀸비가 빗썸에 비정상물량유출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공식문서에도 빗썸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대신, 재단 소유 계정은 상장 직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에 따라 동결하고 투자유의종목 해지 시점에야 동결을 풀었다.

계정 관리 '마스터키' 쥐고 있어
시세조정 브로커 매도로 날벼락

 

주식시장의 경우 기업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면 일정기간 동안 일정지분 이상을 가진 주주들의 거래를 제한해 개인(소액)투자자를 보호하는 보호예수제도가 있고, 선물시장 급등락에 따라 현물시장에 혼란이 빚어지면 매매호가 효력을 5분간 즉시 정지하는 사이드카(sidecar) 제도가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달리 시장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는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퀸비에 대한 거래지원 종료는 재단(퀸비)이 사업을 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에 따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거래정지 이후 상장폐지를 한 것"이라며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와 대주주와의 관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 표·일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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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지역자치부=김환기 부국장,
정치부=손성배,
경제산업부=김동필,
사회교육부=이시은 기자,
사진부=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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