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경인와이드 스마트시장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전통시장 등 상점가에 스마트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용이 저조해 오히려 네이버 등 민간 플랫폼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 기술 도입 시범 전통시장이지만 ,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가 활성화 된 평택 통복시장의 모습. 2022.2.27 /김금보기자 arotomate@kyeongin.com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정겨운 노랫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스마트 기술 도입 시범상가(이하 스마트 시범 상가)로 선정한 시흥 삼미시장이다. 지난 24일 찾은 시장은 육안으로는 어떤 스마트 기술이 도입됐는지 알 수 없었다.
 

시흥 삼미시장에 공급된 '스마트 기술'은 30만원 상당의 태블릿PC가 전부였다. 무인 계산과 스마트 주문 등을 확인하는 용도였다. 이마저도 전체 110여개 점포 중 47곳에만 지급됐는데, 배치한 상가를 찾기가 힘들었다.

정작 이 태블릿PC로 어떻게 주문을 받아야 하는지, 결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인들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해서였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셈이다.

김은문 삼미시장상인회장은 "스마트상점이라고 하는데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며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분들도,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고령인 분들이 많다. 교육을 제대로 해준다면 어떻게 활용이라도 해보겠는데 기기만 달랑 던져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다. 그냥 한쪽에 방치해놨다"고 하소연했다.

시흥 삼미시장 점포 절반 보급
주문 등 이용 상가 찾기 힘들어
"교육 해준다면 써보기라도…"

 

평택 국제중앙시장 역시 같은 시기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에서 6년째 옷 수선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시장이 스마트 상가로 선정돼 가게에 키오스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곧 포기했다. 도입 비용 30%인 200만원 가량을 자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들어 하루 매출이 3천원에 그친 날이 부지기수. 이런 상황에서 200만원은 벅찬 금액이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수선을 맡긴 옷들로 꽉 찼던 A씨의 가게엔 이날 A씨의 옷 한벌만 걸려있을 뿐이었다.

A씨는 "처음에야 이런 게 들어오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을 내야 해서 포기했다. 우리 같은 영세상인에겐 10만원도 큰 돈"이라고 푸념했다.

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120개의 점포 중 키오스크를 설치한 점포는 많아야 30개 정도다. A씨처럼 설치비 부담이 주된 요인 중 하나다. 키오스크 설치비의 70%는 정부가, 나머지 30%는 지자체나 상인들이 부담해야 한다. 당초 20%를 평택시가 지원하기로 했지만 시 예산 부족으로 결국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상인들부터 도입하게 됐다.

키오스크 설치, 평택 중앙시장
'30% 자부담'에 영세상인 포기
정부 기술지원 '반쪽' 현장외면


정창무 국제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원래는 시비 20%, 상인 자부담 10%로 도입하기로 했는데 시 예산이 없어 필요한 분들에 한해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키오스크를 설치한 국제중앙시장 내 다른 점포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키오스크를 설치한 한 음식점은 "한달에 250만원 가량의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정부가 전통시장·골목상가에 스마트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지만 '반쪽 사업'에 그쳤다는 평이 나온다.

비용·교육 문제 등으로 스마트 기술이 제대로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됐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불편해 네이버 장보기 등 민간 플랫폼 업체의 다른 서비스를 더 활발히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스마트 시범상가 사업은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도입 여부와 적용 기술은 소상공인들의 선택 문제"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기술 도입했지만 소비자 인지도 낮고 사용 불편 '어려움 호소')

/서승택·윤혜경기자 taxi22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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