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급변하는 상황 속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통시장·상점가에 스마트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지만, 비용·교육 문제로 기술이 아예 뿌리내리지 못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렵사리 도입한 곳 역시 활성화에 애를 먹는 실정이다.
제대로 활용하는 곳에선 만족도가 높지만, 그렇지 못한 점포도 적지 않아 '혈세 낭비'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후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정부는 그동안의 실적을 분석해 올해 미비점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 도입했어도 어려움은 여전
= 스마트 기술 도입 시범상가(이하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된 안양 평촌1번가와 평택 통복시장은 스마트 기술 중 '스마트 오더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 등으로 점포의 물건을 주문하면 배달되는 시스템으로, 정부가 개발했다.
2020년에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된 평택 통복시장은 정부 지원만으로 도입했지만, 지난해엔 국비 지원 비율이 70%가 되면서 평촌1번가 상인들은 20%에 해당하는 80만원을 자부담해야했다. 10%는 안양시가 부담했다.
그러나 통복시장도, 평촌1번가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 더해 네이버 장보기 등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된 게 주된 요인이었다.
정부에서 자체 배달 플랫폼을 개발한 이후 이렇다할 홍보가 뒤따르지 않아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고 사용하기가 다소 불편해 민간 앱에 비해 소비자들의 이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평택 통복시장 배달 '오더시스템'
개발한 앱 '네이버 장보기'에 밀려
통복시장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주문하면 상인들이 상품을 픽업 장소에 가져다놓는 '통복시장 어플' 개발을 지원받았다. 민간 배달앱의 '포장하기'와 비슷하다.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게 일상이 된 만큼,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네이버 장보기'가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시장 측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는 "앱 개발 지원을 받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민간 배달앱과의 연계도 잘 되지 않았다. '네이버 장보기'를 도입한 이후 오히려 점포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평촌1번가 상인들 역시 정부 앱의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오더를 위한 전자 기기도 제공받는데 상인들이 80만원을 자부담했어도 기기는 정부 소유라는 이유로 폐업할 때 가져갈 수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조현과 평촌1번가 상가연합회장은 "우선 소프트웨어가 민간 앱에 비해 주먹구구식으로 구성돼있다. 이렇다할 홍보도 없는 데다, 이용도가 높은 민간 플랫폼과 연동도 되지 않아 이것만으로는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80만원씩 냈는데 기기조차 가져가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 필요성 커지지만 곳곳 시행착오…정부 "성과 분석해 미비점 개선"
=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고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해 지난 2020년부터 해당 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정부 예산은 220억원, 올해는 245억원이다. 올해만 5천500개 점포에 스마트 기술 도입 지원을 예정하고 있다.
지원 기술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주문·예약을 쉽게 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와 가상으로 스타일링·피팅을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 미러, 키오스크, 메뉴를 스마트 기기로 안내·홍보하는 스마트 메뉴보드 등이다. 서빙 로봇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엔 전통시장·상점가 27곳이 스마트 시범 상가로 지정됐다.
상인 20% 자부담 '기기는 국가소유'
정부, 245억 들여 5500개 점포 지원
사업 3년차 실적 분석·미비점 개선
사업 3년차인 올해 정부는 그간의 상황을 분석해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해당 사업과 관련 "2022년도 사업 추진 시에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하고 경영 혁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중심으로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기를 설치하는 업체에 사용법을 안내하라는 교육을 수시로 하고 있다. 올해는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을 위해 온라인 동영상 교육 과정을 만들어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택·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