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인천은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상승률 1위를 기록한 지역이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값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고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인천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송도국제도시 역시 분양시장 열기가 전 같지 못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앞으로 집값 분위기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 집값 상승률 1위 인천…올해는 주춤
인천은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인천시는 지난해 평균 22.6% 올라 경기(20.8%), 서울(6.6%)을 크게 앞질렀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인천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해 들어 둔화세를 보였는데, 지난 1월 5주차 때부터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2019년 7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인천의 2월 셋째 주 아파트값은 1주 전 -0.01%에서 -0.02%로 하락 폭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연수구 집값 추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인천 연수구 집값은 지난해 33.1% 올랐다.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는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정반대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상승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최근 1억원 넘게 하락한 거래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코오롱더프라우3단지' 전용면적 142.657㎡는 지난달 8억5천만원(4일·9층)에 거래돼 지난해 8월 최고가인 11억8천만원(13층)보다 3억3천만원 하락했다. 연수구 송도동 '송도아트윈푸르지오' 전용면적 84.97㎡는 지난달 12일 9억8천500만원(30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13일 거래된 10억8천만원(21층)보다 9천5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연수구 송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4㎡형 호가가 10억원, 11억원 수준이었는데, 고점 최고가 대비 기본 8천만~1억2천만원 정도씩 내려왔다"며 "종전 최고가가 11억6천만원이었던 곳도 1억4천만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등 하락 추세가 체감된다"고 말했다.
작년22.6%↑ 경기 20.8%·서울 6.6% 앞서… 1월5주차 '마이너스 변동률' 전환
33.1% 오른 연수구, 작년 10월까지 연일 신고가 불구 올해 1억 이상 하락 체결
'거래 절벽 심화' 인천 1월 매매량 2878건… 전년비 60.8%↓ 전월보다 28.3%↓
구도심의 아파트값 하락세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동구 송현동에 있는 '솔빛마을 주공1차' 전용면적 79.72㎡는 지난해 10월 4억4천만원(8층)으로 최고가에 거래됐는데, 지난 1월 3억9천400만원(10일·13층)으로 4천600만원 떨어졌다.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부평금호타운' 전용면적 84.85㎡도 지난달 5일 5억6천8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6월 최고가 6억1천300만원(19층) 대비 4천5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모든 주택유형 포함) 매매량은 총 4만1천709건으로, 2013년 7월(3만9천608건) 이후 8년6개월 만에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인천지역 1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2천878건으로 1년 전보다 60.8% 줄었다. 전달(4천14건)에 비해서도 28.3% 감소했다.
인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 거래 건수가 지난해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투자 수요는 아예 없고 실수요도 전세 수요만 간간이 있는 편"이라며 "거래 실종·절벽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당분간 이런 모습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 안갯속 올해 집값…전문가 전망은
집값 하락과 거래량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점 등을 꼽았다.
특히 오는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매수·매도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게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세 하락기를 맞이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전문가들 모두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거래량이 끊긴 상황에서 하락세를 예측하긴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거래량 속에서 (집값이) 떨어져야 하락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수요가 감소하거나 공급이 증가해야 하락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비정상적 시장에서는 하락장을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도 "지금의 가격 하락 신호는 대선을 앞두고 결정을 미루는 관망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래절벽으로 인한 통계 왜곡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에 자금조달 어렵고 대선·지선까지 매수·매도자들 관망세
'하락장 우려'에 전문가 "아직 일러… 추세 예측하기엔 수요·공급 왜곡된 통계"
정치·정책이 최대변수 '공감대'… "수급 불균형 해소 전엔 하락폭 제한적" 의견도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집값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춤했던 부동산 경매시장이 인천·경기 외곽 등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수요 억제만으로는 시장의 안정세를 계속 끌고 가긴 쉽지 않다. 정책여건, 시장환경이 변하면 집값이 다시 오를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오는 9일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슈가 집값의 향방을 가를 변수라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대선 이후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여느 때와 다르게 올해 대선후보 공약 중에는 부동산 관련 공약이 많다. 주택공급을 늘리고 세금을 완화하는 등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세세한 공약은 후보들 모두 다르다"며 "뚜렷한 정책 기조가 확정될 때까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교수는 "대선 이후 인천지역 경제 상황이 어떻게 흐르는가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도시 추진 동력, 송도 IFEZ 구역 경제 활성화, 청라·영종 등 지역경제 기반 기업 유치 등의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