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에서 반평생 기업을 운영했으니,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용인에서 나고 자란 이정기(71) 한미에스텍(주) 대표이사는 신갈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이후에도 용인에서 회사를 설립해 인생 대부분을 이 지역에 몸담았다. 자신을 용인 토박이라고 소개하는 목소리에도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이 대표는 실업계 고교 재학시절 졸업을 6개월 앞두고 한국전력에 취업, 10대의 나이에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동시에 단국대 공대에 진학해 학업을 병행, 전기공학 학사까지 취득했다.
이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로 자리를 옮겼고 수년간 중동·유럽지역의 해외지사 근무 경험 이후 주한 미 대사관에서도 커리어를 쌓게 됐다. 말 그대로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다. 그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아니었느냐. 그땐 그저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직장 생활을 모두 접고 이 대표는 돌연 창업을 선택, 용인에 근거지를 둔 통신·전기분야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본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고향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성공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날
이제 이웃 돌아보고 지역발전 고민
ROTC 지회 창설, 봉사활동에 앞장
ROTC 11기 육군 중위 출신인 그는 ROTC 용인지회를 창설해 각종 봉사를 비롯한 사회활동에 앞장섰고, 지역 내 대학이자 자신의 모교인 단국대 총동문회에도 몸담으며 대학이 지역사회와 원활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
기업인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늘 고민했던 그는 백혈병·소아암, 장애인 관련 협회 활동까지 보폭을 넓히며 인생 후반전을 보냈다.
이 대표는 "과거엔 성공만을 목표로 치열하게 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시야가 좀 더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위 이웃과 동네, 더 나아가 우리 지역에 대한 고민까지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과거 군 단위 소도시에서 어느덧 특례시로 성장을 이뤄낸 용인이지만, 급성장의 이면에 자리 잡은 난개발 오명은 지역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이 대표에게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도시가 장기 발전을 이루려면 지속성이 중요한데 그동안 용인이 성장해 온 과정 속에는 그런 고민이 너무나 부족했다. 지도층들이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탓"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미래도시를 향한 꼼꼼한 스케치를 시작해 훗날 아름다운 용인시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