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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메라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보이는 수장고 속 카메라들.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보기 힘들다던 아마존 강의 핑크돌고래를 만난듯한 느낌이었다. (빙산의 일각이지만) 카메라 수집가로 유명했던 그의 전적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에는 김종세 관장의 30여 년간 전 세계를 돌며 모아온 카메라와 렌즈 등 2만 5천여 점이 모여있다. 과연 이 수집의 처음은 어디였는지, 대체 이 많은 카메라는 어떻게 모은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시작은 평범했다. 군 제대 이후 김 관장이 돈을 벌어 제일 처음 산 것이 오토바이, 두 번째로 산 것이 카메라였다. 중고로 산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로 3~4년을 사용하며 취미로 사진동호회에 들어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새로운 카메라를 사려면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파는 경우가 많은데, 김 관장은 한번 손에 들어온 카메라를 되팔지 못했다. 박물관의 역사는 어쩌면 그런 김 관장의 성격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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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세 관장. /김종세 제공

악착같이 구하다 보니 어느새 경매장의 유명인사

종류별로 카메라를 사고 각기 다른 렌즈도 끼워보고 사진 찍어 비교해보는 재미에 흠뻑 빠진 김 관장은 형편만 되면 카메라를 사서 모았다.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악착같이 카메라를 구하다 보니 어느새 경매장의 유명인사가 되고야 말았다.

 

동양인이 뭐하러 카메라를 이렇게 사는지, 장사하는 사람인지 묻기도 했어요.
"영국에 있는 친구를 통해 크리스티 경매의 카탈로그를 전해 받고, 사고 싶은 카메라를 구하러 1년에 2번씩 영국을 갔어요. 처음 경매에 갔을 때 맨 뒤 좌석에 앉았는데 앞에서 경매 번호판이 자꾸 올라가는 게 보이니까 꼭 사야 하는 것도 부담돼 손을 들지 못했어요." 그렇다. 그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다음에 경매장에 갔을 땐 경매사 앞 맨 앞자리에 앉아서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계속 손을 올렸죠. 이렇게 해야 뒤가 안 보이니까 압박감이 덜했어요. 다들 동양인이 뭐하러 카메라를 이렇게 사는지, 장사하는 사람인지 묻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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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메라박물관 내부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원하는 목제 카메라 갖기 위해 가게 통째로 사

 

그는 원하는 목제 카메라를 구하기 위해 베트남 호치민의 카메라 가게 한 개를 몽땅 사기도 했다. 이쯤 되니 갖고 있는 카메라의 반만 있어도 세계적인 박물관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놀랍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소장품들을 보면 역사를 설명해주는 카메라부터 외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카메라까지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이다.

 

콘탁스Ⅱ라이플, 세계 4대뿐인 희귀한 카메라 


김 관장이 아끼는 카메라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취재를 만들기 위해 주문 생산한 콘탁스Ⅱ라이플이 있다. 세계에 4대뿐인 희귀한 카메라이다. 독일인 소유주가 다시 되팔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박물관에 팔겠다고 해 손에 넣게 된 보물이다. 당시 이 카메라로 찍었을 거라 추측되는 베를린 올림픽 사진이 붙어있는 기록 책자가 박물관에 함께 전시돼 있는데, 이 책조차도 산티아고의 한 벼룩시장에서 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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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세 한국카메라박물관장이 콘탁스Ⅱ라이플로 찍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사진이 담긴 책자를 설명하고 있다.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수집가들 사이에서 상당히 귀하게 여겨지는 영국 콤파스Ⅱ롤필름 카메라도 2~3대 갖고 있다. 영국이 스위스 시계 제조 업체에 의뢰해 만든 초소형 카메라로 조그만 몸체에 모든 기능이 내장돼 있다. 

"사회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할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랐어요. 돈이 아닌 문화를 기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바보스럽다'라고 표현했지만, 카메라와 사진에 진심인 김 관장과 그 마음을 담은 고스란히 담은 박물관이 그날따라 더욱 대단해 보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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