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법률은 기술 발달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가 고도화·전문화되면서 시대에 맞게 처벌 수위와 그 내용도 구체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권에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처벌법은 1998년 처음 만들어졌다. 1997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백화점 여자화장실에 백화점 직원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백화점은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이 문제가 돼 백화점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당시에는 이와 관련된 처벌법이 없었다.
백화점 측은 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라는 법 규정이 성폭력특별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포함됐다.
1997년 '백화점 몰카사건' 계기
이듬해 관련 법안 국회 첫 제정
아무런 처벌 받지 않은 백화점
'사고 예방' 해명에 불매운동도
2010년 성폭력특별법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할 시행된다. 법 시행 초기에는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전시·상영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후 2015년 워터파크 여성 탈의실에 있던 여성 200여 명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사건, 2019년 가수 정준영이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어 지인들과 공유한 사건,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잇따르자 시기별로 처벌수위와 양형기준이 강화됐다.
현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와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법률이다.
불법 촬영 가해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불법 촬영물은 물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물건을 유포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명시돼 있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전화, 우편, 그 밖의 통신 매체로 유포한 경우도 해당된다.
'정준영' 'n번방' 사건 등 거쳐
처벌수위·양형기준 점점 강화
유통 사이트·음성녹음 제재 등
다양한 범죄 대응한 법 발의중
디지털 성범죄가 고도화·전문화되면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여러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표적으로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온라인사이트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대표 발의자 송옥주 의원) ▲국가와 지자체가 디지털 성범죄를 감시·관리하도록 하는 법안(임오경 의원) ▲성관계 음성을 무단으로 녹음·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강선우 의원) ▲연예인을 소재로 동성 인물 사이의 노골적이고 사실적인 성행위가 묘사된 소설·웹툰을 제작·유포하면 이를 처벌하는 이른바 '알페스 처벌법'(하태경 의원) 등이 있다.
이들 법안을 비롯해 10여 개의 법률 제정·개정안이 국회 처리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