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4천464일, "죽는 거 빼고 다 해봤다"는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언니'가 오는 31일 관객과 만난다.
'깔깔깔 희망버스', '나쁜 나라', '시 읽는 시간' 등 사회적 약자를 꾸준히 대변해 온 이수정 감독의 신작이다. 이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미술관 옆 동물원', '우렁각시' 등 극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해오다 2011년부터 독립 다큐멘터리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재춘언니는 기타를 만드는 기능공으로 다시 돌아가기 바라는 해고 노동자들의 기나긴 싸움을 그렸다. 13년간 이어진 국내 최장 투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임재춘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를 집중 조명했다고 한다.
주요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호평과 함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프메세나상(다큐멘터리 경쟁부문 대상)을, 2020년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집행위원회 특별상(장편 경쟁부문)을 받았다.
항의과정서 오른 연극 무대·일인 시위
기능공으로 돌아가려는 ‘임재춘’ 집중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등 수상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기타 공장에서 30년 일해온 '재춘'은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던 그가 싸움과정에서 연극 무대에 서고, 일인 시위도 하게 된다.
두 딸의 아버지인 그는 자신의 삶을 박살 낸 사장의 사과를 받고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고 싶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투쟁이 10년을 넘어가고 투쟁을 그만둘 수도, 계속하기도 힘들던 무렵 재춘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영화 제목에 '형'이 아닌 '언니'가 들어간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들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은 2013년 연극배우로 무대에 올랐다. '구일만 햄릿'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임재춘 노동자는 여성 배역인 '오필리아'를 맡아 연기한 바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