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시민사회단체가 지역에 있는 일제잔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하루빨리 안내판 설치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부천시의회가 이를 위한 조례까지 제정했음에도 시는 물론 시의원들조차 소극적인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부천에 있는 대표적인 일제잔재는 상동의 시와 꽃이 있는 거리에 있는 친일문인들의 작품이었다"며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서정주의 '국화옆에서'와 '동천', 주요한의 '샘물이 혼자서', 노천명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등 네 개의 작품은 부천지부의 문제 제기로 2018년 9월 철거됐다"고 말했다.
친일파 박제봉 옛집 단죄비 제안 등
공무원 무관심·후속조치 미흡 주장
부천시립합창단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2019년에 부천시민회관에서 '신춘음악회 한국가곡, 봄을 노래하다'란 제하로 공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친일 음악인들인 김동진, 홍난파, 현재명, 조두남, 이흥렬, 김성태 등의 곡이 포함돼 있어 부천지부 항의로 친일 음악인들의 작품을 전부 제외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말에는 부천시의회 앞 화단에 있던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 노래시비도 치워졌다.
부천지부는 "작년에는 역곡 안동네에 있는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던 집에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단죄비를 세우고 일제잔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시에 입장을 밝혔지만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천도시공사는 부천의 대표적인 일제잔재를 보도자료의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무관심과 일제잔재 청산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어 일어난 참사"라고 주장했다.
부천지부는 "부천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제잔재가 여러 개 있다. 부천시립심곡도서관이 위치한 곳에는 일제강점기에 소사신사가 있었으며, 경인고속도로 도당교사거리 앞 여월동 일대에는 오정신사가 있었다"면서 "시대가 변하고 풍경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 남아 있는 역사와 일제잔재는 연구되고 발굴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내판 등 시민에 알려야 청산 의지
시의원 조례안 활용 적극 동참 촉구
끝으로 "부천시는 지역 내에 존재하는 일제 잔재를 조사·연구해 자료를 정리하고 동시에 안내판을 설치해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일제잔재 청산의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시는 소극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일제잔재 청산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들 역시 부천시 일제잔재 청산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안을, 8월에는 부천시의회에서 부천시 일제잔재 청산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각각 제정했다. 해당 조례의 목적은 우리 생활 속에 있는 일제잔재를 조사하고 발굴해 시민들에게 알려 역사인식을 확립시키고 애국정신을 함양하고자 한 것이다.
부천/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