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기사 영흥편 영흥버스터미널
영흥도에서도 번화가로 꼽히는 '영흥도 버스터미널' 주변은 마트와 몇몇 식당 등 저층 건물만 휑하니 자리 잡고 있다. 터미널 인근 거리에는 버스를 타려는 노인만 있을 뿐 청년은 보기 힘들었다. 영흥도는 현재 목욕탕 하나 없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도시가스 공급망 같은 기초 인프라도 갖추지 못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3월15일 찾은 인천 옹진군 영흥도 버스터미널. 이날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사거리에서 승용차로 출발해 제2경인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경기도 시흥과 안산을 거쳐 선재대교와 영흥대교를 건넌 후에야 이곳에 도착했다.

평일 오전 교통 체증이 그리 심하지 않은 가운데 약 50㎞ 거리를 1시간30분가량 쉼 없이 달려왔다. 영흥도는 인천 시내에서 고속도로를 타면서 무조건 경기도를 거쳐 올 수밖에 없는 '인천 밖 인천'이다.

영흥도에서 그나마 번화가라 하는 버스터미널 주변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늘푸른센터와 농협, 병원 1개와 치과 1개, 마트와 몇몇 식당 등 저층 건물만 휑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한산한 거리에는 노인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이날 버스터미널 주변 거리에서 청년은 만나지 못했다.

영흥터미널 주변 휑한 저층건물
섬내 순환버스 1시간에 한 대꼴

영흥도 내부를 도는 버스는 1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한다. 승용차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니 도로 대부분은 왕복 2차로 외길이고, 주민이 걸을 수 있는 보행로가 거의 없었다. 거대한 영흥화력발전소만 보였다. 이날 만난 주민 이창영(66)씨는 "영흥도는 아직도 1980년대 모습 그대로"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영흥화력발전소가 들어서고 영흥대교가 건설되면서 이때만 해도 주민들이 '발전의 섬'이라 부를 만큼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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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영흥도 버스터미널 주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영흥대교 건립되며 기대 컸지만
"용적률·고도 제한 등에 꿈 접어"

그러나 수도권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캠핑장과 펜션을 운영하는 이상희(66)씨는 "리조트와 호텔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용적률과 고도 제한 등 규제가 겹쳐 꿈을 접었다"며 "관광사업은 규모가 작은 사업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장경리 해수욕장 한 음식점 사장 최현경(55)씨는 지난해 20대 두 자녀를 모두 서울로 보내고 이곳에서 혼자 생활한다. 최씨는 "영흥도는 관광지이긴 하지만 마땅한 상권도, 놀거리도, 문화시설도 없다"며 "젊은 사람은 살기 어려운 것 같아서 자녀들을 분가시켰다"고 말했다.

6천500여 명이 사는 영흥도(영흥면)는 섬으로만 행정구역을 이룬 옹진군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섬이다. 옹진군에서 유일하게 육지를 잇는 교량이 있어 그나마 정주 여건이 나은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영흥도조차 현재 목욕탕 하나 없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심에선 보급률 90%가 넘는 도시가스 같은 기초적 인프라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이다.

옹진군 영흥면, 북도면, 연평면, 백령면, 대청면, 덕적면, 자월면 등 7개 면(유인도서 23개) 전체 인구는 2021년 기준 2만342명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이 제정되기 직전인 1980년 인구 3만8천829명보다 47.2%나 줄었다.

옹진군 재정자립도는 9.0%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89위이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220위로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도 하위권이다.

서울에서 200㎞ 떨어진 백령도
해상 통제에 이동권·생계 위협
"수도권에 묶는 정책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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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군 섬들은 수도권에 속하므로 수정법상 규제(성장관리권역) 지역이다. 게다가 대부분 섬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수도권 규제보다 더 강한 군사시설 등에 관한 규제를 덧쓰고 있다. 연평도,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 5도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등 21세기의 유일한 남북 교전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해상 통제는 주민들의 이동권과 생계를 위협하는 또 다른 규제다. 야간 조업이 제한되는 수역은 전국에서 서해 5도가 유일하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서울까지는 200㎞ 넘게 떨어져 있어 서울에서 강릉(170㎞), 서울에서 대전(140㎞)보다도 멀다. 백령도 한 주민은 "인천 도심과도 일일생활권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더 가까운 접경지"라며 "백령도를 수도권으로 묶어버리는 천편일률적 정책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지역 발전 가능성이 요원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심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고, 정주 여건과 지역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며 "지정학적 특성을 반영하고 국가균형발전 원칙을 실질적으로 적용하려면 옹진군을 수도권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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