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나 싶었던 정치공방이 대선 이후 더 뜨거워진 모양새다. 코로나, 유가, 우크라이나사태 등 큼지막한 이슈를 잠식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 여야간 정치공세를 넘어 청와대와 인수위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아닌 밤 중에 홍두깨'처럼 경기도청 이전이 이슈로 함께 떠올랐다.
윤한홍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이전 TF팀장이 용산이전에 따른 비용을 묻는 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당시 경기도청 이전할 때 4천708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주장한 이전 비용) '1조원'이 어디서 나오나"라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발끈했다. 친이재명계인 조정식 의원은 "인수위가 허위사실을 근거로 이재명 상임고문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세금낭비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마침 경기도청의 광교 신청사 이전도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인수위 주장처럼 경기도청 이전은 이재명의 작품일까. 경인일보의 지난 기사를 통해 경기도청 이전의 역사를 '팩트체크'해 봤다.
남경필, 복합개발 변경 추진
이재명, 로드맵 세우기 주력
이유는 "백년대계를 위해 도청사 이전은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라는 것. 그 속내에는 전국 제일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에 걸맞게 청사를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 도청이 있는 자리는 '화성'으로 인해 고도제한에 걸려 6층 이상 짓지 못하는 한계와 함께 도심 한가운데 있어 공사로 인한 소음과 교통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청사 이전 추진은 민선2기 임창열 전 경기지사때부터 수면 아래서 계속 시도돼 왔다.
이전 무게 실리며 무산… 예산낭비 논란
2001년 도의회서 '이전 권고안' 만장일치
후보지 난항… IMF 여진 탓 비난 여론도
1997년 지금 도청자리에 새 건물을 짓겠다며 27억원을 들여 설계까지 마쳐놓고 '이전'쪽에 더 무게가 실리면서 결국 예산만 날린 꼴이 돼 한참 곤혹을 치른 탓에, 대놓고 도청 이전을 말하지 못한 경기도는 도의회와 은밀하게 접촉하며 이전의 꿈을 이어왔다.
이날의 권고안으로 이전지역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당시 가장 강력하게 거론된 곳은 '수원 이의동'이었지만 용인과 성남, 안양도 잠재적 후보군이었다. 사업비도 최소 1천억원 이상을 예상했고 후보지 선정과 설계, 건축기간 등을 고려하면 최소 5년은 소요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당시는 IMF사태의 여진이 아직 남아있던 터라 비난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고, 수원·성남 등 이전 후보지역과의 협상 등도 쉽지 않아 난항이 계속됐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러 2002년 11월 6일, 경기도는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도청 이전부지를 수원시 팔달구 이의동 내 부지에 수용하기로 최근 수원시와 합의했다"며 이전을 확정(2002년 11월6일자 보도=道廳 이의동으로 옮긴다)했다.
그간 수원컨벤션시티 21을 개발하려는 수원시가 부지제공에 난색을 표해 이전이 사실상 무산되는 듯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끄는 민선3기에 들어서며 다시 이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원시와 협상 끝에 컨벤션시티 지구 내에 도청사 이전부지와 행정타운 부지를 반영키로 하고 도시계획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진통 끝에 이제 이사 좀 가나 싶었던 경기도청은 2006년 민선4기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말 한마디에 '전면 재검토'로 방향을 선회(2006년 7월25일자 보도=경기도청 이사 갈까… 말까…)했다.
김 전 지사가 한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 도청사 건물은 지은 지 40년이 넘어 매우 낡았지만 이전하는데 약 5천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건물의 활용방안이나 예산 조달문제에 대해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자주 옮기고 이름 바꾸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편"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 다음해인 2007년, 경기도청과 도의회 이전은 수원시 이의동, 즉 광교신도시 내 신청사 부지 규모를 최종 확정하고 2009년 6월에 착공, 이전날짜도 2012년 6월로 발표(2007년 10월1일자 보도=도청·의회 광교신청사 부지규모 확정)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면적을 제한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돼 기존 계획보다 청사규모를 줄여야 했고, 호화청사 논란으로 한참 진통을 겪으며 당시 김 전 지사는 "마음 같아선 안했으면 한다. 광교 입주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2010년 7월12일자 보도=경기도청 광교신청사 건립 원안추진)을 밝히기도 했다.
손학규, 수원시와 협상끝 컨벤션시티로
2006년 김문수지사 취임후 부정적 입장
이듬해 '광교' 확정… 2012년 이전 발표
2013년 道 재정위기 선언후 착공 미뤄져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며 당초 계획했던 완공이 2년 늦어져 2014~2015년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이미 입주를 시작한 광교신도시 주민들이 대거 항의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2년 4월, 청사 이전은 잠정 보류되는 사태도 맞았다. 김 전 지사는 도청사 신축사업 추진상황 보고를 받은 직후 "청사 이전사업을 잠정보류하라"고 지시했다.
도 세입이 전년 동기 대비 3천억원이 줄고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으로 지난해(2011년)보다 4천600억원을 더 지출해야 해 재정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듬해인 2013년 도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선언(2013년 9월9일자 보도=[벼랑 끝에 몰린 경기도 재정·1] 바닥 드러낸 곳간)했고 착공도 연기한 채 사실상 이전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로 인해 광교신도시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조직, 김 전 지사를 사기혐의로 고소(2013년 12월19일자 보도=광교 도청사 이전 논란… 김문수지사 '4천억대 배상·사기혐의' 피소되나)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했다.
2015년 남 전 지사는 도청사와 의회 의사당 건물만 덩그러니 들어서는 단순 청사가 아닌 '복합단지 개발'(2015년 7월31일자 보도=경기도 신청사 ‘복합개발’)로 이전의 그림을 완전히 바꿨다. 기존 계획한 신청사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도의회 의사당과 복합개발시설, 공연장, 대형 광장 등을 함께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복합개발 소식에 신청사 인근 상권들의 반발도 컸고 용인, 오산 등 경기도청 신청사 유치전이 벌어지는 등 도청 이전을 둘러싼 이슈는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청사 이전은 2017년 9월 착공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설립에 들어갔다.
道의사당·공연장 등 추가… 2017년 착공
이재명 前지사, 산하기관 이전계획 논란
현 청사 '경기도기록원' 사용 방침 세워
2018년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취임한 이후엔 도청 이전을 두고 가타부타하는 소모전보다, 이전 후 계획에 대한 로드맵을 짜는 데 주력했다. 우선 광교신청사로 이전 후 남게 될 도청사 구관과 제1별관, 행정도서관을 리모델링해 '경기도기록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침(2020년 1월28일자 보도=경기도 시·군의 역사 '한곳에서 기억')을 세웠다.
하지만 논란도 있었다. 이 전 지사가 신청사 복합단지에 입주예정이었던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등 산하기관을 도내 여러 지자체로 이전하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산하기관 종사자들과 광교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고 이들 기관이 있던 수원 내 지역들도 공동화 현상을 우려했다.
경기도는 수원시와 협약(2021년 9월10일자 보도='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기업유치… 경기도·수원시 협약)을 맺고 경과원, 경기신보 등이 입주한 광교테크노밸리에 IT·BT 등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을 육성하고 경기연구원 등 6개 산하기관이 몰린 수원 파장동 경기도인재개발원 부지에는 재생에너지·업사이클 전문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대안을 발표했고 현재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장 21년을 돌고 돌아 다음달 중순부터 경기도청은 '광교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하 4층·지상 25층 연면적 16만6천337㎡ 규모로 준공된 광교신청사 융합타운은 사업비 4천708억원을 소요됐다. 이제 소모적인 논란에 휩싸이기보다 도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제역할을 찾아갈 때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