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필두로 이중, 삼중의 규제 그물망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16일 찾은 강화군 화도면 분오리항. 스무 척 넘는 어선이 부잔교(물에 떠 있는 선박 계류시설)에 밧줄로 결박돼 있었다.
일부 어선만 부잔교에 직접 연결했고, 나머지 어선은 부잔교에 연결한 어선에 밧줄을 대 이중·삼중으로 정박한 상태였다. 이마저도 공간이 부족해 다른 어선 9척은 수심이 얕은 바다 위에 닻을 내린 채 있었다.
분오리항을 이용하는 어선은 40척이지만, 부잔교를 쓸 수 있는 어선은 많아야 20척이다. 부잔교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콘크리트로 만든 선창이 있는데, 길이가 짧아 어선 한 척 정박하기도 어렵다. 조업을 마친 어선이 선창에 어획물을 내려놓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한다.
분오리항 선창 확장 7년째 무소식
郡 "문화재청 허가 받기 어려운 탓"
고인돌 등 지정문화재 115개 달해
군사보호구역도 면적 절반 가까이
수도권공장총량제 적용 강화산단
지방기업 유치 어려워 성장 발목
미어터지는 부두에서 어민들은 매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이날도 바다에 잠겼다가 인양된 어선 두 척을 볼 수 있었다.郡 "문화재청 허가 받기 어려운 탓"
고인돌 등 지정문화재 115개 달해
군사보호구역도 면적 절반 가까이
수도권공장총량제 적용 강화산단
지방기업 유치 어려워 성장 발목
분오리항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계상훈 흥왕어촌계장은 "바다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부잔교에 선박들을 이중, 삼중 묶어 놓다 보니 강한 바람이나 파도가 들이닥치면 선박끼리 부딪쳐 부서지거나 밧줄이 풀려 바다에 가라앉기도 한다"며 "부잔교는 임시시설에 불과해 선창 확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오리항 어민들이 7년째 요청하고 있는 선창 확장공사는 기약이 없다. 선창 인근 구릉 꼭대기에는 조선시대 해안 방어 초소인 분오리돈대(인천시 유형문화재 제36호)가 있다.
분오리항 선창은 돈대의 반경 500m 이내에 위치해 공사 등 개발행위를 하려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강화군은 문화재청 허가를 받기가 어려워 선창 확장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화군에는 이러한 돈대 54개가 섬 외곽을 둘러싸고 있다. 섬 내부는 강화산성과 외성, 삼랑성(정족산성), 고인돌 등이 두루 분포하고 있다.
강화군 내 지정문화재는 모두 115개이고,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육지의 문화재보호구역 면적은 4㎢이다. 갯벌과 저어새 번식지 등 해양 문화재보호구역은 435㎢로 강화군 전체 면적 411.4㎢보다 넓다.
강화군 관계자는 "주민 일상과 문화재 보호, 두 가지가 공존하려면 문화재 특성에 맞게 보호 범위가 유연하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뿐 아니라 군사시설보호구역 면적 또한 광범위하다. 강화군 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군사보호구역은 183.8㎢로 강화지역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44.6%다. 여의도 면적(2.9㎢)의 63배가 넘는다.
이 가운데 민간인 통제선 북쪽지역으로 건축물 신축, 수산물과 동식물 포획·채취가 허용되지 않는 통제보호구역은 19.8㎢다.
대한지리학회지 제51권 제2호(2016년)에 게재된 '인천시 접경지역 토지 이용 규제에 관한 연구'를 보면 강화군 초지리, 신당리, 읍내리, 선두리, 국화리, 하도리, 신당리, 솔당리 등 지역(총 67.8㎢)은 군사, 산지, 농지, 환경, 문화재, 지역개발 등 서로 다른 규제가 5개나 중첩돼 있다.
강화지역의 중첩 규제는 특히 민간영역의 개발과 투자를 멈추게 했다. 2018년 조성된 강화일반산업단지 입주 기업은 15개에서 더는 늘지 않고 있다.
강화군은 산업단지 개발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했지만, 4년이 지나도록 효과가 미미하다. 비수도권은 기업을 유치할 때 각종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강화군은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에 막혀 경쟁력을 잃고 있다.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직물산업의 메카로 불린 강화군의 전성기 인구는 10만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강화군 관계자는 "공장총량제로 비수도권 기업이나 산업체를 유치하기 어렵고, 수도권 내 공장을 유치해 산업단지를 확대해야 일자리 창출과 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각종 규제에 묶인 탓에 기업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적 요인이 없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경호·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