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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부터 '빈집 예술공간#2'에서 진행되고 있는 출판전시 '여주, 책으로 꽃을 피우다'는 그동안 여주세종문화재단에서 출판한 도서를 통해 아카이브 형식으로 전시한다. /여주세종문화재단 제공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문화계도 위축일로다. 특히 2년 동안 취소되거나 축소됐던 문화 공연과 전시, 축제들이 올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주세종문화재단(이하 재단)은 문화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온 것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지역의 역사·문화를 기록하는 뜻깊은 작업까지 이어왔고, 최근 이런 결과물을 모은 특별한 기획전시를 개최하는 등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도 재단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책으로 꽃을 피우다'展 재단 발간도서 37종 62권 아카이브 형식 선봬
소외지 방문 '자동차영화관' 인기… 교육용 영상 제작·지원사업도 활발


■ 출판전시 '여주, 책으로 꽃을 피우다'


지난 22일부터 '빈집 예술공간#2'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주, 책으로 꽃을 피우다' 특별 기획전시는 그동안 재단에서 출판한 도서를 통해 아카이브 형식으로 여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과거, 현재, 미래 파트로 분류해 그동안 재단에서 발간한 총 37종 62권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과거 파트에서는 '여주 마을 구석구석', '여주 길하다'를 통해 여주 마을 곳곳의 이야기와 생동감 넘치는 여주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구술 채록으로 여주 생활문화를 다룬 '여주를 담다 삶을 기록하다'를 통해 한평생 여주에서 살아온 구술자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조선시대 여주목 형성과 변천'은 여주목의 위상과 기능을 탐구했으며 여주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의미에서 '여강이 만든 여주의 민속문화', '여주의 노래, 삶의 노래'가 발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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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전시 '여주, 책으로 꽃을 피우다'에서 내외빈과 참여 작가들이 개막식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과거를 지나 현재에서는 여주 시민과 예술인의 생활 예술, 전문 예술을 이야기하며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어르신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진행, 여주 어르신들의 삶 이야기를 그림책 '추억만 가지고도 평생을 살겠어', '마음속 강물이 흐르는 소리' 등 다섯 권에 담아내 현재를 기록했다.

마지막 미래에서는 여주가 가진 문화예술의 발전 방향성을 제시한다. 여주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여주도자기축제', '여주오곡나루축제'와 '한글날 학술대회' 등을 다룬 도서들을 전시, 지역 축제를 통해 지역민이 화합하고 위대한 유산인 한글을 계승 발전시키는 모습은 여주의 미래를 보여준다.

■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문화 향유 토대 마련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축소됐고, 지역 문화예술인의 무대는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 맞춰 재단은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갈증을 해결해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영화관이 없는 여주 지역에 특별한 영화관을 마련해준 '동네방네 영화관' 사업은 가족단위 시민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지역 내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 소형 스크린을 활용해 영화를 상영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자동차영화관 형태로 변경했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설명회
여주세종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통해 여주시 예술인과 문화예술 단체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여주세종문화재단 제공

사업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2019년 2천645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은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과 지난해 각각 7천740명, 8천760명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시민들의 평균 만족도가 96.8점까지 나오기도 했다. 재단은 올해 5~10월 자동차영화관 시즌 1~5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은 비단 어른에게만 한정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 자유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해 비대면 교육 영상을 제작,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양질의 문화예술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제공했다.

여주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지역 예술인을 강사로 초빙해 비대면 교육 영상을 제작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랜선예술탐방대2-마크라메 걱정인형 만들기
여주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지역 예술인을 강사로 초빙해 비대면 교육 영상을 제작한 '랜선 예술탐방대'는 라탄, 마크라메, 원예 등 다채로운 공예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감수성과 정서를 고양시켰다. /여주세종문화재단 제공

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사업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통해 여주시 예술인과 문화예술 단체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은 곧 여주시민의 문화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59개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이 해당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전문예술창작지원과 청년문화예술 활성화 지원, 시민문화예술 동아리지원 등 6개의 사업으로 세분화해 지원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7만4천여 명의 시민이 여주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재단은 올해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특화 도자예술 창작지원사업을 신설해 여주 고유 문화예술 보존·발전 및 예술인들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에 따라 위기 속에서도 상황에 맞는 유연함으로 문화 향유 토대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인터뷰] 김진오 이사장 "여주 정체성 찾기·현재 연결작업… 미래 먹거리·문화가치 창출할 것"


"여주의 정체성 찾기는 계속됩니다."

2017년 출범 당시 인사 비리와 운영 문제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주세종문화재단의 비상대책위가 꾸려지고 이후 2019년 취임한 김진오(62) 초대 이사장은 "재단은 조직 정비와 예산 및 사업 운영 등 모든 면에서 공정하고 원칙을 지키며 내실을 다져왔다"고 지난 3년의 소회를 풀어냈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됐지만 김 이사장은 다양한 성과도 이뤄냈다. 그는 "재단의 역할과 청사진을 마련하고 여주의 기틀을 잡기 위해서는 여주의 정체성을 밝히는 작업이 우선돼야 했다. 하지만 여주의 과거와 관련해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 역사적 자료를 찾아보고 있지만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자동차극장(여강 씨네마), 도자기와 오곡나루축제 온오프라인 플랫폼 운영 등 시민과 예술인, 농축산인을 위한 사업과 함께 여주의 정체성을 밝히는 학술대회, 백서 발간 등을 병행해 나갔다.

그는 "과거 문헌과 현재 살아계신 분(48명)의 기억을 구술 채록하면서 여주만의 뚜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정학적으로 여강(남한강)과 12개 나루터를 따라 삶의 궤적이 이야기되고 또 시대상으로 한글 창제와 세종대왕릉이 여주로 천장(1469년)하면서 여주목으로 승격한 시점과 구한말 동학,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후 경제 발전기 양잠산업의 문화유적지와 유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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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흔암리 선사유적지의 토기와 불에 탄 곡식에서 여주 도자기와 쌀이 시작됐고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청심루와 여주목에서 아름다움을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방 이후 여주경제를 책임졌던 양잠 산업으로 옛 경기실크 공장 부지에서 정체성의 역사가 이어진다"며 "여주시가 방치된 옛 경기실크 부지를 매입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여주의 정체성을 찾고 현재와 연결하는 작업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문화 유적과 유물에서 여주시의 정체성이 이야기되고 이를 이어나간다면 그 안에서 먹거리와 미래 문화적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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