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르마늄 함유량 높은 온천을 발효수로 활용 '명품 식초' 탄생
신진대사 원활하게 돕고 젖산 생성 막아 천연 피로해소제 역할
코로나19로 '면역력'이 식품 등 관련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근래 주목받고 있는 식품을 꼽으라면 단연, 발효식초다. 식초의 새콤달콤한 맛은 '봄'을 연상시킨다.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생동감 있게 바꿔주는 경쾌한 맛이다.
식초에 들어있는 60여종의 유기산이 몸의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제 발효식초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자연과 시간, 정성으로 빚은 하나의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신비의 과실인 '복분자'의 도시로 익히 알려진 전북 고창군은 2019년 전국 최초 식초문화도시(Vinegar City)를 선포했다. 고창군은 지역 특산물과 쌀 소비를 촉진해 농가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경제도 살리는 진정한 '6차 산업화'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식초는 '인류 최초 조미료'로 잘 알려져 있다. 먼 옛날 냉장기술이 없던 시절, 먹다 남은 술이 발효되면서 탄생했다. 과일이나 곡류를 발효시키면 술이 되는 데 그 술을 더 숙성시키면 식초가 된다.
실제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도 소염다초(小鹽多醋), 즉 '소금은 적게 먹고 식초는 많이 먹는 게 건강에 이롭다'라고 기록돼 있고, 고려시대 한의서인 '향약구급방'에도 '약방마다 식초를 약으로 썼다'고 전해진다.
발효식초에는 몸에 좋은 유기산이 함유돼 있다. 이 다양한 유기산은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발효식초는 피로를 유발하는 젖산의 생성을 막아주기 때문에 천연 피로 해소제 기능도 한다.
고창군은 식초의 원료가 되는 쌀과 보리를 비롯해 국내 베리류(복분자·아로니아 등)의 최대 생산지로 정평이 나있다.
고창 복분자는 황토의 풍부한 미네랄과 서해바다의 해풍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고 색깔이 진하며 다양한 기능과 뛰어난 유효성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게르마늄 함유량이 높은 온천수 등이 발효수로 활용되면서 명품식초가 탄생할 수 있다.
인적자원도 풍부하다. 고창군은 식초분야 최고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농가는 물론 귀농인, 퇴직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식초연구회에 모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창군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3개 업체가 식초를 생산하거나 준비 중에 있고 2023년까지 20개 업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업체별 소득도 평균 1억원으로 연간 500%씩 성장하고 있다.
품목 제조보고도 2020년 20개에서 60개로 늘었다. 10개 업체가 4개 품목 이상을 생산하고 있어 실질 가동률은 전국 최고다. 특히 '복분자 식초'는 복분자 원물의 소비촉진과 더불어 13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끈적하고 진한 농도와 함께 복분자의 단맛과 산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올리브오일이나 들깨 생오일을 섞어 빵을 찍어 먹거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활용하면 복분자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과 깔끔한 뒷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고창의 복분자식초, 복분자 발사믹식초는 복분자의 비타민과 미네랄의 체내 흡수를 도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복분자식초의 새콤한 맛과 복분자 원액의 단맛이 어우러져 기능성 음료로 건강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식초 전문교육과정인 '식초문화 아카데미'에는 2020년부터 250여 명이 이론과 실습교육을 통해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발효식초 제조법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우고 있다.
마을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식초교실' 역시 현재까지 2천2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특히 어르신들은 골다공증,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초밀란 교육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음식에 활용할 수 있는 청주식초, 막걸리 식초 등도 호평이 이어졌다.

청정 고창에서 재배된 고품질의 복분자를 활용해 천연발효식초를 만드는 안문규 명인(64·사진).
안 명인은 2018년 고창군 초대 농식품명인에 선정됐다. 안 명인은 26살에 귀촌해 포도와 복분자를 재배하다가 우연히 식초의 시장성에 주목하게 됐다.
흑초로 유명한 일본 가고시마를 여러 차례 찾아 발효 최적온도부터 식초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섭렵한 안 명인은 마침내 2007년 고창군과 공동으로 복분자 식초를 특허냈다.
안 명인은 복분자가 발효된 식초가 건강에 좋은 이유에 대해 '인체흡수율'을 들었다. 안 명인은 "야식으로 라면이나 치킨을 먹고 천연발효식초를 한 잔 마시면 다음날 부기가 사라진다"며 "발효식초는 당뇨를 예방하고 혈압을 낮춘다. 운동으로 생긴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하는 데 최고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안 명인은 고창이 대한민국 식초문화를 선도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안 명인은 "고창은 복분자를 비롯해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 원재료가 풍부하고, 게르마늄 온천수로 대표되는 건강한 물, 여기에 발효되기에 딱 좋은 연중 온화한 기온까지 명품식초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일보=김성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