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3101001302700065981.jpg
31일 광명시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안양천 지방정원 지정을 위한 주민 공청회에서 광명·안양·군포·의왕 등 4개 지자체장들과 자문위원들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2.3.31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의왕시 왕곡동에서 발원해 군포시, 안양시, 광명시를 거쳐 서울 금천구, 구로구, 양천구, 영등포구로 이어지는 안양천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물이 살 수 없는 하천이었다. 2000년 당시 안양천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30㎎/ℓ으로 수질 등급은 6등급이었다.

죽어가는 안양천을 살리기 위해 안양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시민단체, 시민들은 이후 안양천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안양시는 10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추진했다. 복원 사업결과 안양천은 2013년 BOD가 3.4㎎/ℓ을 나타내며 3등급으로 개선됐고 버들치와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양천은 지난 2016년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하천복원사업 최우수 사례에 선정됐다.

지방정원 지정 위한 주민공청회 진행
광명, 안양, 군포, 의왕 지자체장 직접 참여
국가정원 지정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


생태 하천으로 살아난 안양천은 국가 정원으로 지정 받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31일 광명시를 비롯한 안양시, 군포시, 의왕시 등 4개 지자체는 국가 정원 지정에 앞서 지방 정원 조성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진행했다. 그간 지자체 단위에서 안양천 지방 정원 조성에 관한 협의는 진행돼 왔지만 이번 공청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밑그림이 공개된 것이다.

안양천 지방정원 조성 계획은?

지자체들은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검토·반영해 올해 지방 정원 예정지 지정과 지방 정원 조성계획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오는 2025년 안양천 지방 정원 등록 신청을 한 뒤 2028년에는 최종 목표인 안양천 국가 정원 지정을 추진한다.

사업 구간은 광명, 안양, 군포, 의왕 등 4개 지자체가 관리하는 안양천 28.8㎞ 구간이다. 지자체들은 안양천 곳곳에 있었던 단절 구간을 없애고 지자체 특성에 맞게 녹지, 여가, 문화 공간을 연계해 조성한다.

광명시 구간은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교류'의 공간으로 구성한다. 자연속에서 교류하며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구간 내에는 6개의 테마정원이 조성되는데, '광명햇살정원', '이야기정원', '작은정원', '놀이정원', '지혜의정원', '걷고싶은 정원' 등 각각의 테마정원마다 특색을 넣는다.

 

안양시 구간은 도심과 하천을 녹색으로 연결하는 '청류' 공간이 주된 테마다. 이곳에도 6개의 테마 정원을 조성하는데, 'Wall정원', '물의 정원', '고요한 정원', '건강 정원', '어울림정원', '보라정원' 등이다.

군포시 구간은 물길 따라 걸으며 자연의 향기를 만끽 할 수 있는 '화류' 공간으로 계획했다. 이 구간에는 '벚꽃 테마길', '그라스정원', '수변정원', '마실공원', 을 테마로 넣는다. 

 

의왕시 구간은 사람이 모이며 미래를 그리는 '풍류'공간으로 계획했다. 이곳에는 4개의 테마정원이 들어선다. '그라스정원', '수직정원', '소리정원', '처음정원'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예상 신규 공사비는 광명시 50억8천600만원, 안양시 33억8천700만원, 군포시 1억5천800만원, 의왕시 2억5천900만원 등 총 88억7천만원이다. 

공청회 참여 시민들 "수질 문제와 환경 보존과 개선 이뤄져야"
이날 공청회에서 지방 정원 조성 계획안을 들은 시민들은 안양천 환경 보존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명 철산동의 한 시민은 "어류, 조류, 수생식물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안양천은 산책도 하고 걸으면서 생각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며 "하지만 하수처리장 인근은 (수질이 나쁠 때 보이는) 깔따구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수질 관리도 함께 해 주민들이 걸을 때 불편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광명 4동에 거주 중인 한 시민은 "수질 개선을 해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 달라"며 "보다 시민들이 상쾌하게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생태하천이라고 얘기하지만 어떻게 이것을 지킬 것인지는 한마디 말이 없다"며 "시민들이 안양천을 찾는 이유는 생물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되살아난 생태계를 잘 보전하면서 그것을 시민들이 같이 즐기고 느끼고 가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지자체 장들은 계획안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뜻을 밝혔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생태하천 복원에 관해 많은 얘기를 했는데 용역사에서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며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시민들이 가꾸는 하천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안양·군포·의왕 등 지자체장 "회복력 있는, 인문학적 특성 지닌 안양천도 만들어야"
공청회에서 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천 지방정원 지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하천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시장은 "원예나 조경을 중심으로 한 설계는 지양하고 기후 위기에 따라 발생하는 잦은 범람이나 하천 침수 지역을 복구하는 것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며 "하천의 유지 복구 측면에서 자연 회복력을 가진 특색있는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대희 군포시장은 "안양천은 산업화의 흔적을 지니고 있고 안양 만안교는 정조대왕의 화성길 역사와 이어져 있다"며 "정원화를 추진하면서 인문학적인 내용도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상돈 의왕시장도 "조성된 조형물이나 식재된 것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빨리 복원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직접 관리하고 유지관리 하게끔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방정원을 넘어 국가정원으로 "안양천 만의 특색 찾아야"

국가 정원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정원의 3년간 운영 실적 및 시설, 조직 등을 검토해 산림청이 지정한다. 국가정원은 현재 순천만과 태화강 2곳이다. 지방 정원을 넘어 안양천이 국가 정원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안양천 만의 특색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최덕림 전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 추진단장은 "순천만 국가정원은 습지 보존을 위해 정원을 만들었고 태화강 정원은 강 하구를 복원해서 철새가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안양천이 갖고 있는 의미가 뚜렷해야 지방 정원을 넘어서 국가 정원으로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성호·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