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인터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서임순 회장
지난 1월 취임한 서임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장은 "여성기업인들이 지역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작은 애로사항도 놓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월 취임한 서임순(66)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장은 "여성기업인의 매출 증대를 위해 발로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는 1999년 제정된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여성기업지원법)'에 따라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법정 여성경제단체다. 인천지회는 협회가 만들어지면서 함께 탄생했다.

서 회장은 올해 1월 취임해 2024년 12월까지 수장 역할을 맡게 됐다. 서 회장은 중장비용 볼트·너트를 제작하는 (주)평산기공의 대표로, 47년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서 회장은 여성을 보기 힘든 해당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남성 직원 대하는 법·사업운영 '꿀팁' 배워… 지회 없었다면 회사 발전 어려워
저변 확대 됐지만 코로나로 제약… 중기인이 겪는 어려움엔 남녀가 따로 없어
여성기업확인 발급제도·새로일하기센터 재개… 사기 진작 포상·제품전시회도


공감인터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서임순 회장11

처음부터 여성기업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1976년 남편인 고(故) 신현철씨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지만 1999년 남편이 사망하면서 회사를 승계 인수했다. 남편 중심으로 이뤄졌던 경영을 서 회장이 맡아 운영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그는 "남편의 옆에서 경리 일을 하며 보조역할만 하다가 갑작스레 경영을 맡게 된 것이었다"며 "당시엔 특히 여성들이 경영을 접할 곳이 별로 없었다. 매일 강의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경영을 배우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을 더욱 힘들게 했던 건 여성기업인에 대한 차별이었다. 거래처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선 여러 사람과의 만남이 필수적이다. 여성기업인들에겐 '만남' 자체가 부담이며 차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서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당시엔 거래처 관계자와 밥 한 끼만 먹어도 별의별 소문이 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그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었던 건 또 다른 여성기업인들이었다. 서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여경협 인천지회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서 회장은 당시 여경협 인천지회에서 '여성경제인이 살아남는 법'을 실질적으로 익힐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여경협 인천지회에서 마련하는 정례 모임과 소모임, 분과위원회 등 모든 모임에 참여했다. 서 회장은 회원들끼리 동지애를 느끼며 영업운영 비법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비슷한 차별과 어려움을 겪던 여성경제인들은 협회를 통해 공감대를 이루고 서로 도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며 "남성 직원을 대하는 사소한 방법부터 기업문제 대처법, 사업운영에 대한 '꿀팁'까지 정말 많이 배웠다. 여경협 인천지회가 없었다면 내가, 그리고 우리 회사가 지금의 모습까지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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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은 시대가 흐를수록 여성경제인에 대한 차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몸소 체감한다고 했다.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여성기업에 대한 통계가 그 내용을 입증한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여성기업은 2019년 기준 277만개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전체기업(689만개) 중 40.2%로 절반에 가까워졌다. 국내 기업 5개 중 2개는 여성이 대표인 시대가 온 것이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차별을 겪었다는 답변은 1.6%였다.

여성기업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전기·도로포장·기계설비·공사·실내 인테리어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기업인 수가 확연히 늘었다는 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와 비교해 차별이 줄고 여성들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여성들도 동등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문화가 많이 생겼다"며 흡족해했다.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그들의 앞엔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장벽이 생겼다. 서 회장은 "중소기업인으로 겪는 대부분의 어려움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는 데 많은 제약이 생기고 있다. 이는 곧 매출액 감소로 연결돼 최근엔 지회를 탈퇴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서 회장은 임기 동안 지회 회원들의 '판로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회장은 취임 이후 지역 내 공공기관을 돌며 '여성기업확인 발급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제도는 해당 기업이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여성기업임을 증명해주는 것으로, 확인서를 발급받은 여성기업은 공공기관 입찰이나 여성기업지원(우대)제도 참여 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서 회장은 "공사계약이나 물품 납품을 담당하는 현장 감독관을 만나는 건 홈쇼핑 MD를 만나기보다도 어렵다는 말이 있다. 거래처를 확보하고 판로를 확대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라며 "공공구매 업종에서 여성기업이 가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천시와 교육청 등 여러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해 제도를 알리고 있다. 우리 회원들의 매출 증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인터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서임순 회장

여경협 인천지회는 여성기업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여성근로자까지 지원범위를 확대했다. 지난 2월부터는 여성들의 구인·구직을 돕는 '남동산단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여경협 인천지회는 지난 2012년부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운영해오다 지난해 잠시 중단한 바 있다.

서 회장은 "지원범위를 '사용자(기업인)'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들의 창업부터 취업까지 모든 활동을 전반적으로 지원해 여성들의 입지를 더욱 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여성기업주간'이 처음 시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여성경제인의 자긍심을 고양하고 여성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7월 둘째 주를 여성기업주간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지난해 10월 신설됐다.

서 회장은 "이 기간 여성기업인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우수 여성기업인을 뽑아 포상하고, 여성기업 제품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여성 경제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모을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바란다"고 했다.

서 회장은 회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여성기업인들이 지역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작은 애로사항도 놓치지 않겠다"며 "'여성기업 동반성장의 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서임순 회장은?

▲경력
1999년 평산볼트기공사 대표 취임
1999년 두산인프라코어(주) 협우회 회원
2009년 (주)평산기공 설립
2010년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선정
2011년 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 인천지역협의회 위촉
2011년 비전기업 선정
2012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INNO-BIZ 선정
2020년 남동산단 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
2021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회장 추대

▲상훈
2005년 인천세무서장 표창
2006년 중부지방국세청장 표창
2006년 인천중소기업청장 표창
2009년 인천광역시장 표창
2009년 환경부 장관 표창
2012년 대통령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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