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께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이동면 천리 일대 주택은 집집마다 빗장이 굳게 걸어져 있었다. 지난해 11월 곰이 탈출한 뒤 바뀐 동네 모습이다.
전원주택 30여채가 띄엄띄엄 들어선 영락없는 시골이었지만, 마을 곳곳에는 '입산 금지 곰 발견 시 즉시 신고 바랍니다' '곰 탈출지역 현재 포획 중으로 입산 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해 11월 22일 용인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 다섯 마리가 탈출했는데 이 중 한 마리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곰 탈출 이후 마을 주민들의 삶은 바뀌었다.
야외활동 줄이고 밤에 외출 안해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불안감
주민들은 혹시나 마주친 곰이 해코지를 할까봐 걱정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야외 활동조차 줄이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밤마다 숨어지내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일상이 됐다.
2013년부터 이 마을에 살고 있는 김민정(70)씨는 취재진을 만나자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쏟아냈다. 김씨 자택은 곰이 탈출한 농장의 케이지 일부가 보일 정도로 근접해있다.
그는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산책 겸 자주 다녔는데 지난 겨울부터 해가 지면 아예 바깥에 나가지 못한다"며 "곰이 몇 개월씩 굶주렸다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는 낮에도 주변을 살피며 걷는다. 두렵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농장주가 구속되기 전에는 철장 속 곰들이 머리를 케이지에 부딪거나 뛰어다니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며 고통스러워하던 소리가 들려왔는데 행정관청에서 관리한 뒤로는 잠잠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인근 마을에서 곰의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에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주민 김모(67)씨는 "산줄기를 따라 곰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지난해에 곰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겠다고 떠들썩하더니 또 잠잠해졌다"며 "행정당국과 언론의 매번 반짝하는 관심에 다들 지쳤다"고 하소연했다.
한강유역환경청과 용인시 등은 5일부터 반달가슴곰 농장 인근에 설치한 15대 카메라 등을 토대로 곰을 찾기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4일까지 곰의 모습이 포착된 용인시 처인구 호동 예직마을 뒷산에서 포획 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곰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곰이 최근 겨울잠에서 깨어난 것으로 추측 중"이라며 "곰이 민가로 내려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7월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농장주는 이달 말 출소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