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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어업에 뛰어든 양평군 어부 김남성씨가 양평어촌계 민물고기 직판매장에서 판매할 다슬기를 포장하고 있다. 어업 경험이 없던 그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을 터득할 때까지 약 4년이 걸렸지만 직접 어촌계를 꾸리고 어부들이 잡은 물고기를 팔기 시작하는 등 양평군 어촌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2022.4.7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그래도 김남성(53)씨는 나름 성공한 '귀어인'이다. 2021년 기준 경기도 내 내수면 어촌계는 60개소인데, 그 중 '양평군 내수면 어촌계'를 꾸린 것도 김씨다.

내수면 어선 어업은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 업종인데,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호기롭게 이 업에 뛰어들었던 이들 중 많은 사람이 '포기'를 선언하고 떠난다. 그렇게 남은 양평 남한강 어부는 87명이 전부다.

어부도 줄지만, 수산자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고향이 이천시였는데, 그때만 해도 강가에 나가면 발이 아플 정도로 다슬기가 많았어요. 근데 지금은 치어 방류 같은 수산자원 조성 사업을 안 해주면 '전멸'이라고 봐야죠."

다슬기는 10마리 중 3마리, 재첩은 10마리 중 7마리가 죽은 채로 잡힌다. 실제 지난달 30일 또 다른 남한강 어부 양홍만(53)씨의 다슬기 조업에 동행했는데, 살아 있는 다슬기는 몇 개 없었다. 상당수는 죽은 재첩 껍데기였다. 양씨는 "최근에 죽은 다슬기, 재첩이 많이 잡혀요. 팔 수 있는 다슬기는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힘이 빠지죠."

앞길은 막막한데,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김씨가 찾아갔다. 그는 해양수산부 '어업인 후계자'를 신청했다. "어업인 후계자로 뽑히면 3천만원을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줘요. 목돈이 생기니까 기반시설을 갖출 수 있었죠. 근데 어차피 '빚'이에요." 이후 그는 전업 경영인에 선도 우수 경영인까지 선정됐지만, 계속 빚이 쌓여 추가 대출은 안받겠다고 했다. 대신 자신처럼 귀어한 청년들이 오면 경험도 말해주고 필요한 기반시설은 무엇인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씨는 이 업의 명맥을 잇기 위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판로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정말 열심히 해요. 근데 소득은 그만큼 안 나오니까 너무 안타깝죠." 


OEM방식 제품화·국방부 시범사업… 배스·블루길 '판로찾기' 계속 요청
치어방류·수매사업 외 무관심 지적 "젊은 어부들 나서야 하는 셈" 씁쓸


조금씩 성과도 나왔다. 지난해 말 정부 지원사업 중 하나인 '어촌특화지원센터'를 통해 어부들이 잡은 다슬기를 OEM 방식으로 제품화해 2천 개를 팔았다. 수협을 통해 국방부에 다슬기 해장국을 3년간 납품하는 시범 사업도 따냈다.

정부 수매 외에는 외래종을 처분할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직접 배스·블루길로 '애완동물 사료'를 만들기도 했다. "애완동물 사료는 아직 판로를 못 찾아서 정부 지원을 계속 요청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다슬기 납품 사업도 참 좋은데, 요새 다슬기가 너무 안 잡히니 걱정입니다."

김씨가 이처럼 나름 성공한 '귀어인'이 된 것은 모두 그가 직접 발로 뛴 덕이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고 김씨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어부들이 나서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어민들이 적어서 그런가, 치어 방류나 외래어종 수매사업 외에는 지원이 거의 없어요. 하다못해 농민들은 비닐하우스 짓는 거나 농기계도 다 지원받는데, 우리는 모터 고장 나면 사비로 다 해야 합니다. 씁쓸하죠."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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